[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2일 10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세계 무대에서 외교사령관으로 활약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힌다. 실제로 귀국 기자회견에서 "부의 양극화와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선 무수한 요인이 필요하다. 지지세력과 확고한 정치 철학과 언변을 바탕으로 시의를 읽는 타이밍과 운도 따라야 한다. 물론 민심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반 전 총장은 '기름장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원래 기름장어는 반 전 총장의 외교능력을 칭찬하는 별명이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애칭이지 않았겠나 싶다. 하지만 지금은 어렵거나 난감한 질문과 상황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고 해서 오명에 가깝게 쓰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뒤 이틀의 행보를 놓고 보면 대권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 눈길을 끈다. 13일 서울 사당동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한 번 드리는 것이 마땅치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임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선을 긋는 모습과 다른 양상이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외교협회(CFR) 초청 간담회에서 "한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믿고 있다. 그 때문에 매우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비판했던 그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 양측을 아우르는 통합형 대권주자임을 강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기름장어다운 언설"이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12일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이런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재협상을 거론했다.
헌데 이 역시도 기존 태도와 배치된 발언이다. 2015년 12월 위안부 문제가 합의된 직후 공식 성명을 통해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또 이듬해 1월에는 박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에 대해서 "완벽한 결론은 아니더라도 중간 단계라도 양국 간 합의가 이뤄진 경우 협상을 통한 합의를 격려해 왔다"고 해명했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공적 신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적으로 보면 반 전 총장은 인권보다 외교를 우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적으로 보면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
사실상 대권 경쟁에 뛰어든 반 전 총장이 자질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말 바꾸기를 칭하는 '기름장어'는 분명 아킬레스건이다. 그런데도 기름장어 논란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반 전 총장에게 기름장어란 어떤 의미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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