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인천국제공항=서민지 기자]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하자마자, 유력 대권주자로서 첫 행보를 시작했다. 귀국 직후라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는 '인천국제공항 게이트-공항철도-서울역-사당동 자택'까지 구름떼처럼 수많은 인파를 몰고 다니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특히 공항철도표를 직접 발권하고, "목이 마르다"며 편의점에서 직접 생수를 계산하는 등 소탈한 '친서민적' 모습을 자주 보였다. 공항철도를 탑승해서도 기자들과 '열차 토크'를 하며, "국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갖고 싶다"며 일반 국민과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겠단 의지를 피력했다.
◆ [행보 1] '대권의지' 불사르기
"권력의지가 있느냐 묻더라.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세계 일류국가를 만들어낼 노력을 하는 그런 의지라면 저는 제 한몸을 불사를 수 있는 각오가 돼 있다."
우선 반 전 총장은 이날 귀국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대권 의지를 확고히 했다. 현 국내 정국에 대한 평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단호한 해명 등이 주를 이뤘다.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대해 "제 마음은 대단히 무겁다. 가슴이 아프다"면서 "우리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정에 부정으로 얼룩졌다. 총체적 난국"이라며 '국민 대통합'을 메시지로 내놓았다.
또한 '친문'과 '친박' 세력을 겨냥해, "패권과 기득권은 더이상 안 된다. 지극히 편파적인 이익을 앞세워서 일부 인사들이 보여준 태도는 제 가슴에 큰 상처와 실망을 안겨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이 '정권교체'를 내세운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정권을 누가 잡느냐 그것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느냐. 우리는 더이상 시간낭비를 할 때가 아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 정국의 '해결사'는 본인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으로"라는 표현을 무려 세 번 사용했고, "유엔 사무총장 경험을 살려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수차례 힘줘 말했다. 그럴 때마다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 [행보 2] '공항철도' 체험하기
반 전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의지를 다진 후, '친서민 행보'를 위해 오후 6시 47분 서울역으로 출발하는 공항철도를 탑승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당초 원하던 '시민들과 열차 토크'하는 그림은 그릴 수 없었다.
반 전 총장의 귀가길을 담으려는 취재진과 반 전 총장 관계자 및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반 전 총장이 타는 직통열차 표가 매진됐고, 결국 시민들과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은 당초 '공항철도→지하철 4호선→사당동 자택'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고려했지만, 이같은 사태를 우려해 전격 취소하고 승용차를 타고 사당동 자택으로 이동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날 다시 서울역까지 공항철도를 이용하겠다며 의지를 불살랐지만 기자간담회만 되풀이한 셈이다.
반 전 총장은 탑승에 앞서 자동발권기를 이용해 직통열차표를 직접 발권했다. 또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라운지에 있기 보다 편의점에 들려 생수 2병을 산 뒤 직접 계산했으며, 편의점 직원과 지지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열차칸에서 기자들에게 "사무총장을 하면서 지하철을 탈 기회가 없었다. 제가 일반 시민들과 같이 대화하고, 호흡을 하려면 아무래도 대중이 활용하는 지하철 등의 시설을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사실 인천에서 차를 타고 서울에 가면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는지 모른다. 지하철을 타고 45분 만에 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 [행보 3] 사당동 자택 '환영식'
반 전 총장은 마지막 일정도 불살랐다. 서울역에서도 사당동에서도 반 전 총장에 대한 성대한 '환영식'은 계속됐다. 반 전 총장은 특히 2004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13년 만에 복귀한 사당동 자택 앞에선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주민 200여 명은 사당동 자택 앞을 가득 메워 일대를 마비시켰고, 모인 주민들은 "반기문!"을 연호했다. 반 전 총장과 부인 유순택 씨는 악수와 미소로 화답했다. 또 이 자리에는 서울 동작구가 지역구를 두고 있으며,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도 함께 했다.
반 전 총장은 "13년 만에 이 그리운 고국을 찾고 또 13년 만에 제가 이 사당동에 입주하게 돼서 무한하게 기쁘다"면서 "돌아오고 제가 보니까 입구서부터 많이 변하고 발전하고 여러분들의 다 노력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이웃으로서, 이 지역의 한사람으로서 또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고 보고 듣고 느끼고 또 실천한 바를 지역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전체 국민들과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깊이 고뇌하겠다"며 다시 한번 대권 의지를 표출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다음 날(13일)도 '한 몸 불사르는' 대권 행보를 이어간다. 반 전 총장은 오전 9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오전 11시엔 사당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전입신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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