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야권 잠룡들이 '비상시국 정치회의'라는 이름으로 20일 한자리에 모였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이름순)는 이날 낮 12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국정 수습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오전 11시 50분께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온 야권 잠룡들은 전날(19일) 있었던 촛불집회에 대한 민심을 주제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안 전 대표는 김 의원에게 "대구는 몇 명이나 왔습니까", 문 전 대표에게 "부산 분위기는 좀 어떻던가요" 등을 물으며 분위기를 주도했고, 김 의원과 문 전 대표는 촛불집회 참석했던 이야기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모두발언부터는 회동 직전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이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질서있는 퇴진' '탄핵' 등 서로 다른 해법들을 주장하며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김 의원은 탄핵을 언급하며, "오늘 검찰 발표를 보니까 사실상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책임, 이른바 탄핵을 물을 수밖에 없다. 현재 박 대통령과 총리가 우리 국민의 민심을 수용하리라 보기 어렵다"면서 "국회가 빨리 국정수습 방안으로 책임총리를 정하고, 그 책임총리가 수습하며 다음 대한민국이 나갈 길을 밝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조금 전에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검찰의 법적 판단"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자리보존을 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국격훼손이며, 국익훼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대로 즉각 퇴진하길 바란다. 국민은 오는 26일까지 시간을 줬다. 만약에 박 대통령이 그때까지 자진 사퇴를 하지 않으면 국민의 명령대로 헌법에 의거해서 국회는 탄핵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질서있는 퇴진을 위해 '3단계 사태 수습 방안'을 주장했던 안 전 대표 역시 이날 입장이 한결 강경해졌다. 안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한 '대국민 사과'에서 수사에 협조한다고 약속한 것 마저 어겼다. 오히려 국정에 복귀하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시한을 정해도 응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제는 해법이 필요한 때다. 질서있는 퇴진과 함께 여야합의 총리 선임과 탄핵을 병행 추진해야할 때"라면서 "국민들 기대보다도 많이 늦었지만, 이자리를 통해서 한단계 진전된 합의 그리고 시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도 안 전 대표와 비슷한 '투트랙 가동'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의 자진퇴진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되 보완수단으로 정치권은 지금 즉시 탄핵 절차에 착수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시장은 총리와 내각을 결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총리와 내각 구성에 여야 정치권이 담판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것은 옳지 않다. 그야말로 범국민적 회의체에서 이문제 정하는게 좋겠다"면서 시민사회와와 함께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박 시장도 '시민사회와 연대'를 강조했다. 박 시장은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퇴진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야한다. 퇴진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광장의 민심, 그리고 국민을 대변하고 있는 또다른 시민사회와의 연대 이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치가 광장과 유린될 때 시민혁명이 실패했고 완수되지 못한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헌정을 유린하고 농단한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 모든 책임자를 즉각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천 전 대표는 "가장 시급한 일은 국민적 신망이 높은 인물로 새 국무총리, 즉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새 국무총리를 선임하는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실을 직시해서 지체 없이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 새누리당 의원들이나 헌법재판관 일부가 탄핵에 부당한 차질을 빚게 하지 못하도록 범국민적 압박을 계속 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종전 입장보다는 강경해졌지만, '질서 있는 퇴진'을 다시 한번 요구하며 다른 잠룡들보다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대통령은 이제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 먼저 퇴진을 선언하고, 이후에 질서 있게 퇴진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길 바란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 뿐만 아니라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검찰 발표를 보더라도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특권 때문에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은 것 뿐이지 구속 될만한 충분한 사유가 확인됐다. 현직 대통령이 현직 검찰에 의해서 구속 사유의 충분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은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박 대통령이 계속 버틸 경우 법적으로 탄핵 사유도 충분하다는 사유도 확인됐다"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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