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최순실(60) 씨의 국정 농단으로 국민의 탄식이 곳곳에서 터지는 요즘 문득 생각난 말이다. 2003년 3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과의 대화 중 검사들의 계속된 질문에 던진 말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노 전 대통령의 이 말이 떠오른 건 작금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 씨와 그의 측근들이 벌인 국정 농단의 정도가 기가 막힐 지경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도 모자라 안보와 관련한 문건까지 사전에 보았을 정도니 최 씨가 보지 못했을 것은 무엇이며 그의 측근들이 하지 못했을 것은 또 무엇이었을까 싶다.
그런데 현재 최 씨와 박 대통령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다. 최 씨가 성형외과에 이어 미용사까지 박 대통령의 모든 사생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최 씨와 청와대의 배경을 믿고 '호가호위'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0일 "최 씨와 인연이 있는 성형외과 의사는 물론이고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도 최 씨의 단골 미용사 작품이라고 한다"며 "심지어 이 미용사는 박 대통령 순방에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실 트레이너' '순실 성형외과' '순실 미용사'까지, 그야말로 '순실 공화국'이나 다름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순실 공화국'은 무너졌다.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을 청와대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씨만 통하면 모든 것이 가능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충격이 더한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거리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국민은 또 "내일은 최 씨와 박 대통령의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라며 한숨을 쉰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엄청난데 뭐가 또 드러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사람은 같은 일이 지속하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최 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들은 무뎌질 가능성이 상당히 작아 보인다.
이제 국민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성형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국민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당시 사라진 7시간을 최 씨와 연결하고 있다. 다만, 이 의심은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국민은 '순실 공화국'이나 '순실의 시대'에 살고자 하지 않았다. 우린 어쩌다 순실 공화국과 순실의 시대에 살게 됐을까.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들고 힘들다"고 했다. 반대로 국민은 "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나 자괴감이 들고 힘들다"고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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