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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차르' 김종인의 변신, '페북' 걸음마 "뭐를?"

  • 정치 | 2016-09-01 05:00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퇴임 첫날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열어 '소통 정치'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김종인 전 대표 페이스북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퇴임 첫날인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열어 '소통 정치'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김종인 전 대표 페이스북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차르(러시아 전제군주)'로 불린 김종인(76, 비례, 5선)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을 시작했습니다. 올초 '구원투수'로 등판해 7개월여 간 비대위 체제를 이끈 그의 퇴임 첫날이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재임 기간 평소 근엄한 표정과 딱딱한 말투에다 독단적인 행보로 '차르 리더십'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젊은 층의 소통 공간을 상징하는 SNS 활동을 시도했기에 정치권과 취재진의 눈길을 끈 것입니다.

평의원으로 돌아갔지만, 김 전 대표는 이미 앞서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대선 플랫폼론'을 제시했습니다. 퇴임을 앞두고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더민주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와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 등 여야 잠룡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평생의 과업으로 삼은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대선 후보군을 물색한 과정이라는 시각이 제기됐습니다.

때문에 김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열어 대중들과 '소통'에 나선 것은 '원외'에 머무를 경우 존재감 약화를 의식한 포석이란 게 일각의 관측입니다. 여권 인사로서 더민주 내에 연고가 거의 없던 그가 '차르 리더십'으로 당을 빠르게 장악한 것은 특유의 정공법과 '통찰력'이 한몫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며 대권 행보에 나선 여야 잠룡들은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문 전 대표인 경우 정치인 최초로 트위터 팔로워가 110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난달 27일 '친문(친문재인)'계가 장악한 '추미애 지도부'의 일등공신은 투표권을 가진 '온라인 권리당원'의 힘이란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지난달 27일 더민주 전대 이후 추미애 당 대표 선출 등 강경파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퇴임 이후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 대표의 입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전대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추미애(왼쪽)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악수를 하는 장면./배정한 기자
지난달 27일 더민주 전대 이후 추미애 당 대표 선출 등 강경파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퇴임 이후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 대표의 입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민주 전대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추미애(왼쪽)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악수를 하는 장면./배정한 기자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요. 경제 민주화의 대가이지만 연로한 김 전 대표의 SNS 입문기는 '걸음마' 수준입니다. 첫 게시물로 퇴임 기념 화환 사진을 올린 그는 "지금 페이스북 이용법을 혼자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진 올리기는 겨우 성공하였습니다. 앞에서 올린 꽃바구니 사진은 몇분의 기자들께서 지난달 26일에 보내주신것을 찍은 것입니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이어 올린 게시물엔 "젊은 기자분들께서 제 카톡프로필 사진에 제가 자주 쓰는 말투라며 '뭐를?'을 합성하여 보내주셨습니다. 기자 여러분 대단히 고맙습니다"라며 사진을 함께 올렸습니다.

김 전 대표의 '변신(?)'은 그가 놓인 상황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킹 메이커'를 자임했으나 '추다르크' 추미대 당 대표 등 강경파가 당내 주도권을 잡으면서 중도를 표방해온 '김종인 역할론'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선 그가 여의치 않으면 '제3지대'에서 대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차르'의 실험은 이번에도 성공할까요?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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