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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영의 정사신] 청와대 '송로버섯' 오찬 논란의 본질

  • 정치 | 2016-08-16 05:00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송로버섯, 캐비어 등이 오른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이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송로버섯, 캐비어 등이 오른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이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 /청와대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금 항아리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대에서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이 눈물 흘리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하는 소리 높더라!'

우리나라 고전소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사또 변학도가 주최한 잔칫상에서 읊은 시다. 이몽룡의 이 시를 들은 관리들은 혼비백산하고 "암행어사 출두요~"라는 장면이 이어진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춘향전>을 통해 많이 본 장면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청와대 '송로버섯' 오찬 소식을 들으며 이몽룡의 이 시가 떠올랐다. 요즘 이 송로버섯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질 당시 식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도부에는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의 핵심이 될 이 대표를 위해 그야말로 '산해진미'를 대접했다.

오찬 음식 내용을 보면 물냉면과 바닷가재, 훈제연어, 캐비어 샐러드, 송로버섯, 샥스핀찜, 능성어찜, 한우 갈비 등이다. 냉면과 능성어 찜은 이 대표의 취향과 호남 출신인 점이 고려된 메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우용 교수 트위터 갈무리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우용 교수 트위터 갈무리

이날 오찬은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박 대통령과 이 대표는 25분간 독대하기도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오찬 이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인하를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오찬에 나온 음식 때문이다. '송로버섯' '캐비어' 등 값비싼 식재가 논란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날 오찬에는 세계 3대 식재(송로버섯, 푸아그라, 캐비아) 중 두 가지나 식탁에 올랐다.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조선 시대 임금도 가뭄, 혹서 등으로 백성이 고생할 땐 '감선령'을 내렸다. 임금 밥상에 올리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다"라며 "고통을 분담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백성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조선 시대 임금도 알았다"고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오찬 식탁을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SNS를 통해 이번 오찬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의 비난은 "국민은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도 맘대로 틀지 못하는 데 국민 혈세로..."라는 지적이다. 국민 정서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모습에 분노한 것이다.

'초호화 오찬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지난 14일
'초호화 오찬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지난 14일 "송로버섯 등은 음식 재료로 조금 쓰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오찬. /청와대

논란이 확산되자 식재 가격까지 거론되며 비난의 수위가 높아졌다. 오찬에 오른 송로버섯은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시중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국 윈난 성 송로버섯 50g을 기준으로 하면 5만6000원, 100g이면 11만2000원, 1kg이면 112만 원 정도로 판매될 정도로 고가다. '초호화 오찬 논란'이 계속 되자 청와대는 지난 14일 "송로버섯 등은 음식 재료로 조금 쓰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과 이 대표는 '송로버섯'을 먹으며 전기요금 누진제 인하를 논했다는 국민의 비난을 기분 나빠해서는 안 된다.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은 그런데도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런 혈세가 '송로버섯' 오찬에 쓰였으니 고된 삶을 사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어떤 왕보다 애민(愛民)의 마음이 깊었다. '백성이 굶주리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고 말했을 정도로 백성을 사랑했다. 국민은 정조의 애민 마음까지 바라지 않는다. 다만, 국민이 얼마나 힘든지 좀 생각해 달라는 것 뿐이다. 언제까지 국민은 세금을 아까워해야 할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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