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더글라스 맥아더(1880~1964)는 미국의 군인이자 정치가이며 사회운동가다. 우리에겐 1950년 9월 북한군의 병참선과 배후를 공격해 6·25 전쟁을 반전시킨 '인천상륙작전' 지휘관으로 회자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역시 맥아더를 명장으로 그렸다.
"나는 인천상륙작전이 5000:1의 도박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그 정도 확률을 감당하는 데 이미 익숙합니다. 우리는 인천에 상륙할 것이고 적을 분쇄할 것입니다."
맥아더는 크로마이트작전(인천상륙작전 암호)을 반대한 육·해군 참모총장 등 앞에서 승리를 자신했다. 앞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해상에서 전쟁을 지휘한 맥아더는 일본군을 상대로 87회나 상륙작전을 벌였던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믿었다.
인천은 수로 자체가 좁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 수만 명을 태운 배가 한 번에 들어오기 어려웠다. 또, 승부처는 이미 낙동강 유역에 형성돼 있었다. 그는 패색이 짙던 전쟁 판세를 뒤집고 작전에 성공했다. 맥아더의 전쟁사에 있어 최고로 남을 일이었다.
'천재적인 용장이냐, 오만한 사기꾼이냐.' 물론 실제 맥아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다만 인천상륙작전에 한해 지도자로서 승리에 대한 담대한 의지와 지략은 주목할 법하다. 군사가 아닌 정치적 관점에선 승리를 뒤로 미룰 수도 있다.
현실정치에선 '5000:1'의 도박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주류계 대표 격인 이종걸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만류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 후보들에 맞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대개 정치(인)는 당리당략에 의한 치밀한 셈법으로 승리보다 '지지 않는 게임'을 하는 게 목표인 경우가 더 많다. 명운을 건 치열함도, 절박한 의지도 없다. 오는 8·9 새누리당 전당대회와 8·27 더민주 전대 역시 그렇다. 양당 당권 후보들은 폭염 속에서 '뜨거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관심은 냉랭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애초 대선에 나설 후보는 1년 반 전부터 당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해 양당 모두 참신한 인물이 부족하며, '구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치열한 정책 경쟁이나 혁신적인 비전 대결을 느낄 수 없다. 구호만 있을뿐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계파 갈등을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으로 나뉜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은 전대를 앞둔 합동연설회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어차피 대권은 문재인'이란 시선을 받으며 '친문' 후보들의 경쟁으로 압축된 더민주의 당권 구도 또한 다르지 않다. 어느 쪽이든 구정치의 폐단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리당략을 넘은 지략으로 여태 걸어온 길이 아닌 '새 길'을 열 용장은 보이지 않는다.
내년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을 관리할 여야 차기 지도부의 역할은 무겁다. 당권 후보들도 모두 '계파 청산'을 내걸며 대권 승리를 이끌 후보를 자임한다. '강력한 리더십'도 표방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누구든 '진정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당 대표 경선을 결정지을 변수는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도 '문심(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의중)'도 아닌 '민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달려있다.
맥아더는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참전은 치명적"이란 말을 남겼다. '정치공학적' 승리가 아닌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승리에 대한 의지'가 없는 한 여야의 전대 이후 대권 성적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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