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키거나 행해야 할 도리나 규범을 말한다. 정치인에게도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요구된다. 막스 베버는 책임윤리를 '정치인으로서 결과를 감당하는 자세'라고 봤다. 최근 정치권의 '특권 폐지' 경쟁 이전에 '국회의원이 지켜야 할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가이드라인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팩트>는 해묵은 국회 윤리 기준과 제구실을 못한 윤리특별위원회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을 <상> <하>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우리나라에도 '국회의원실천규범'이 있지만 미국에서 이와 유사한 '하원윤리강령'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실천규범이 추상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2009년, 한국정치학회)."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의 내용이 모호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따라서 선언적이고 추상적으로 구성된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을 보다 구체화하고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2012년, 윤리특별위원회)."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다. 역대 국회에서도 '윤리규범의 손질 필요성'이 판박이처럼 제기됐지만, 사실상 지난 25년 간 병폐를 떠안은 채 그대로 유지했다.
현행 국회의원이 진행해야할 윤리적 지표는 1991년 마련됐다. 13대 국회는 그해 2월 7일 '국회윤리강령'과 이를 구체화한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제정하고, 7월 23일 자격심사와 징계사항 등을 관장하는 상설특별위원회로 윤리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국회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은 각각 5개항과 15조로 구성됐으며, 각각 'A4 용지 한 장' 분량이다. 규범의 주요 내용은 ▲품위 유지 ▲청렴 ▲직권남용 금지 ▲직무관련 금품 등의 취득금지 ▲국가기밀누설 금지 ▲겸직 금지 ▲재산신고와 허례허식 금지 등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강령과 규범의 추상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예를 들어 규범 7조의 경우 '국회의원은...통상적이고 관례적인 기준을 넘는 사례금을 받아선 안 된다'라고 규정하는데,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기준'은 자의적 판단 여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문구를 살펴보면 '건전한 정치풍토 조성' '품위유지' '성실한 신고' 등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
반면, 미국은 1992년 책 한 권 분량의 하원 윤리 매뉴얼을 제정했다. 윤리규칙 제정을 제안해온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배포한 '하원 윤리 매뉴얼'은 360여 페이지에 달하며, ▲일반 윤리 기준 ▲선물 ▲출장 ▲선거운동 ▲외부고용 및 외부소득 ▲공직자 재산 공개 ▲보좌관의 권리 및 의무 ▲민원 사무 ▲공적 지원비 ▲공적 단체 및 외부단체 등 총 10장의 주제로 나눠 각 장마다 하위 기준을 또다시 세분화해 윤리 기준 적용 범위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제7장 보좌관의 권리 및 의무인 경우 한국 국회와 달리 '불법 고용 및 해고 관행(급여 리베이트)' '고용 및 보수에 관한 조항' 등을 명시하고, '사례'까지 적시했다.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은 별다른 근거없이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의 임면(임명과 면직)권이 있다.
사례 4. 지역 관리자 D는 직원 E가 55세가 되자, 사무실을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직원 E를 해고하였다. D는 하원규칙 제23호를 위반하였다.
사례 6. 직원 F는 2년 동안 E 의원의 지역구 사무소에서 민원담당관으로 근무해왔고, 이후 E 의원의 아들과 결혼하였다. 직원 F는 E 의원의 직원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19대 국회 당시 2012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의원윤리·의원자격 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는 "윤리실천규범이 세분화되고 구체적이지 못하게 된 이유는 첫째로 윤리실천규범의 제정 이유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에 따른 제정이 아니라 정치추문으로 인해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즉각적인 국회의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국회의원들이 윤리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당시 윤리특위도 "국회의원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을 통합해 하나의 의원윤리규칙으로 제정하되,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윤리특위 위원인 원혜영 의원은 앞서 성명을 내고 "언제까지 동료 국회의원의 문제를 빌미로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공방을 벌일 것이며, 또 언제까지 고작 문제가 드러난 부분만을 손 보고 마치 큰일이나 한 것처럼 생색을 낼 것인가?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반성할 일"이라며 "조속히 여야가 함께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칙'과 '윤리 매뉴얼'을 제정하자. 그것만이 국회 스스로의 권위와 책임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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