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 편에 계속
[더팩트ㅣ망원동=이철영 기자] "사진관 사진은 왜 이렇게 천편일률적일까요, 하하하."
노트북 모니터에서 새로 찍은 증명사진을 보며 그는 취재진에게 물었다. 정청래(51, 마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전히 유쾌하다. 지난해 10월 인터뷰 후 약 6개월여 만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는 20대 공천에서 컷오프됐다는 것뿐이다.
27일 오후 취재진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그의 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정 의원은 한창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직원에게 "여기 인터뷰 사진 좀 찍어. 우린 기자를 찍어요(웃음)"라며 농을 던졌다.
기자는 먼저 정 의원에게 지난 3월 컷오프 당시 취재를 위해 자택을 방문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정 의원의 아들에게 실례 아닌 실례를 한 탓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집까지 올라갔어요? 우리 아이가 민감한 표현도 할 줄 아네"라며 오히려 신기해했다.
정 의원은 공천에서 컷오프됐음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유세를 다녔다. 총선이 끝난 지도 보름 가까이 지났다. 당분간 여의도 국회를 떠나있을 그의 앞으로 계획이 궁금했다. 그뿐만 아니라 총선 유세 당시 에피소드와 항간에 퍼진 당 대표 출마 의사도 들어봤다.
◆방송·저술·강연 등 통해 정권교체 위한 역할 할 것
오는 5월 29일이면 19대 국회가 종료된다. 정 의원은 사실상 실직 상태가 된다. 앞으로 무엇을 할까. 그가 방송 활동을 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정 의원은 누가 뭐래도 대중정치인이다. 그만큼 인기도 많다. 그러니 방송이 탐낼 만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정 의원은 "제 개인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막연하게 방송을 할 것 같고, 저술, 강연 등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일을 하면서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밖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처음 하네요"라고 했다.
실제 정 의원은 이미 방송 출연 섭외를 받았다. 이후 방송 출연 섭외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섭외가 엄청나겠는데요"라고 묻자 크게 웃었다. 다만, 종편 출연이 문제라고 한다.
그는 "종편 출연은 의견이 분분하다. 나가서 맹활약해줬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지금까지 지조를 지켜왔듯이 계속 그래야 한다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런데 JTBC 정도는 나가도 되는 거 아니냐는 분들도 있다(웃음). 필요한 경우 여론조사를 해봐야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정청래다운 모습이다.
정 의원의 종편 출연을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손혜원(더민주 홍보위원장)당선자이다. 대신 조건이 있다고 했다.
"손 위원장이 특히 종편에 나가지 않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다. 본인도 나간다면서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매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대신 생방송 무편집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종편에 나가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는 또 강연도 하고 팟캐스트도 재개할 예정이다. "돈을 벌어야 집에서도 또..."라고 묻자 정 의원은 "하하하~"라며 박장대소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청래다' 팟캐스트를 재개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팟캐스트를 하면 정봉주 전 의원과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정봉주 전 의원의 강력한 만류 요청이 있으면 재고할 생각은 있다(웃음)"고 말했다.
◆의원 아닌 사람이 당 대표 하는 것이 맞느냐?
앞으로의 계획을 듣다 보니 최근 정 의원을 둘러싼 당 대표 출마가 궁금했다. 일부에서는 정 의원이 김종인 대표나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것이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연 당 대표에 출마할까. 이 또한 그의 앞으로 계획이기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 의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당 대표 출마 요청을 강력하게 받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당 대표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이후 증폭이 돼서 문자 폭탄, 메시지 폭탄 상태"라고 했다.
그는 "내용은 '물러서지 마라' '당을 바로 잡아야 한다' 등이다. 괜히 인터뷰한 것 같다(웃음)"고 말해 "폭발적인 반응이라면 명분이 생긴 것 아니냐"고 묻자 "기분 나쁜 일은 아니다. 그만큼 열망과 기대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답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국민의 뜻, 지지자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것도 있다. 또 하나는 당선자와 지지자와의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지지해준 국민의 경우는 '지금의 당 질서를 파괴해 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전 원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거기서 괴리감이 있다. 현직에 있는 분이 당 대표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순리이다. 의원 떨어진 사람이 당 대표를 하는 것이 맞느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있다. 생각의 폭이 좁혀지는 느낌이다. 다만, 당 대표에 출마하지 말라는 말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당 대표 출마를 원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한 대답에서 정 의원은 무척이나 고민스러운 모습이었고 신중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고 자연스럽게 보편타당하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컸유세단' 활동 중 '용변' 문제가 제일 힘들어
인터뷰가 사뭇 진지해져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더컸유세단'과 관련한 에피소드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어떤 선거에서도 '더컸유세단'처럼 흥겹게 유세한 적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유세단원들이 컷오프된 의원들로 구성됐으니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유세단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용변'보는 것이었다. 항상 이동하고 10분, 20분 늦게 도착하기도 했다. 도착하면 사람들이 항상 기다린다. 용변 볼 시간도 없이 유세를 했다"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하는데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줘야 했다. 그러다보면 차는 떠나야하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화장실 가는 것도 쑥스럽고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또 "저는 남자니까 좀 괜찮았는데 여성들은 진짜 힘들고 어려웠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유세단을 하며 아쉬움도 많았다고 했다. 항상 바쁘게 이동하다 보니 정작 함께 오순도순 밥을 먹으며 정을 쌓을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이 유세단과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은 것은 동작구가 유일했을 정도다.
정 의원은 유세단 활동으로 본의 아니게 컷오프의 상처를 추스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컷오프의 상처도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저는 컷오프 됐기 때문에 아파하고 슬퍼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유세단 활동으로 정신도 없고 경황도 없더라. 이동하는 차량에서 슬픔에 젖고 아픔에 젖으려고 했는데…. 몸이 피곤하니까 졸음이 몰려와서 아파할 시간이 없었다(웃음)"며 "강제적 힐링이 됐다. 너무 많은 곳을 이동하다 보니 헬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20대 총선은 '국민'의 승리…4년 후 또 한 번의 감동 줄 것
이번 20대 총선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더민주는 선거 결과 123석(비례포함)을 얻으며 제1당이 됐다. 물론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참패했다. 유세 현장을 다닌 정 의원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더민주는 선거 결과를 평가하면서도 잡음이 많았다. 특정인이 만든 선거 프레임이 적중한 것으로 귀결시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자의적 공치사'로 보기도 한다.
정 의원은 "저는 당내 민감한 현안은 한발 비켜서 있기로 했다. 할 만큼 했기 때문"이라며 "이제 당선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총선 평가는 계속해야 한다. 저는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당 지도부가 잘해서 제1당이 된 것이 아니다. 2030들의 투표 반란이었고 국민의 승리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2030이 왜 투표장으로 나왔을까. 김종인 대표 때문일까. 문재인 전 대표 때문일까. 아니면 더컸유세단 때문일까(웃음). 제가 답하고 싶지는 않고 당 지도부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며 "이번 선거는 SNS나 팟캐스트가 종편을 이긴 선거이기도 하다. 이것은 앞으로 정권교체를 위해서 유의미한 변화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선거 막판 문 전 대표의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고 보았다. 이른바 '문재인 위기론'에 2030이 투표장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선거에서 망하면 더는 문 전 대표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수도권 2030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요인이었다. 문재인 위기론이 2030을 대거 투표장으로 불러냈다"면서 "이번 선거는 어느 정당도 이기지 못한 선거였다. 새누리당은 지역구로 더민주는 비례대표로 국민의당은 지역당으로 심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손 위원장이 지역구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신의 흔적을 지우겠다고 했다. 정 의원의 손 위원장에 대한 배려다. 여론에 비친 '정청래'의 모습은 강하고 거침없다. 하지만 정 의원은 뜻밖에 겸손하다. 다만 그는 솔직할 뿐이다.
정 의원은 "이번 선거에 많은 분이 감동했다고 한다. 컷오프를 상상 못 했고 불출마를 생각하지 못 했고 지원유세를 한다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4년 후에 또 감동을 만들 거다. 손 위원장은 4년 후 제 손을 잡고 당선시킨 후 깨끗하게 정리하겠다는 마음이다. 손 위원장은 불특정 다수 소비자 대중을 통해서 마음을 모으고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게 정치인이다. 손 위원장은 유능한 정치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컸유세단 활동 당시 후보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더팩트'로 삼행시를 부탁했다. 준비는 없었지만 바로 그의 입에서 '더팩트'가 나왔다.
"더: 더 생각해보면, 팩: 팩트가 중요하지요. 트: 트집 잡을 수 없는 진실의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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