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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의 P-STORY] YS와 김무성의 '영도다리', 역사는 되풀이될까

  • 정치 | 2016-04-06 05:00

'YS의 적자'를 자처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와 갈등 끝에 '옥새파동'이란 강수를 뒀고, 지난달 24일 지역구인 부산 영도다리에 섰다./김무성 홈페이지
'YS의 적자'를 자처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와 갈등 끝에 '옥새파동'이란 강수를 뒀고, 지난달 24일 지역구인 부산 영도다리에 섰다./김무성 홈페이지

[더팩트 | 오경희 기자] 1992년 12월 11일, 부산 대연동 초원복국식당엔 고위공직자 여럿이 모여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비공개 회동엔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전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영환 부산시장, 정경식 부산지검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 부산지부장, 우명수 부산교육청 교육감, 박남수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이다. 김영삼 후보의 경쟁 후보였던 정주영 통일 국민당 후보 관계자들이 초원복집 회동 내용을 도청한 뒤 세상에 폭로함으로써 전모가 드러났다. '지역감정 조장'과 '공무원 동원' 등 불법 선거운동을 모의한 사건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 YS(김영삼)를 제14대 대통령으로 이끌었다.

'프레임 전쟁'에 능통했던 YS는 '불법 선거' 운동인 이 사건을 민주주의 운동에 헌신한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음모'라고 규정했고, '도청의 비열함'을 더 부각시키며 상황을 역전했다. 또한 회동 자리에서 "우리가 남이가.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죽자"란 김기춘 전 장관의 발언은 영남 유권자들의 위기감과 지역감정을 자극했고, YS 당선에 일조했다.

'YS의 적자'를 자처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달 24일 비장한 표정으로 지역구인 영도다리에 섰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을)를 포함해 친박근혜계 의사가 반영된 지역구 5곳(나머지는 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갑·달성)의 공천안에 대해 의결을 거부하는 강수를 둔 직후였다. 하지만 그는 이날 밤 자신의 지역구까지 찾아온 원유철 원내대표와 만찬 회동을 한 뒤 25일 상경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결국 5곳 중 '공천 뇌관'이었던 유 의원과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은평을)를 제외한 3곳은 의결됐다.

대권을 염두에 둔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총선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에 대한 '책임'을 명분으로 총선 이후 사퇴를 내걸었다.
대권을 염두에 둔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총선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에 대한 '책임'을 명분으로 총선 이후 사퇴를 내걸었다.

김 대표의 반란은 '반쪽짜리 옥새파동'에 그쳤지만,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승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막판엔 '영도다리 회군'으로 지지기반인 영남 정서에 호소하며 선거 이후 책임론에 대비해 당 대표로서 내홍을 봉합하기 위한 자세를 취한 전략적 행동이란 것이다.

'옥새 파동' 이후 김 대표는 발빠르게 총선체제로 전환했고, 당내 구성원들은 승리를 위해 계파 전쟁을 잠시 제쳐뒀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친박 실세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 의원의 지역구이자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어색하지만 웃으며 포옹하기까지 했다. 새누리당의 선거 바이블과 같은 '우리가 남이가'를 몸소 실천한 순간이었다.

대권을 염두에 둔 김 대표는 총선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에 대한 '책임'을 명분으로 언급하며, '총선 이후 사퇴'를 내걸었다. 오는 7월 전당대회까지 당권은 3개월짜리 시한부고, 친박계의 보복에 의한 대표직 사퇴보다 스스로 용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책임지는 리더'로서 대권 지지기반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영도다리'에 선 김 대표는 24년 전 YS처럼 내년 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까.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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