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4월 13일 20대 총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후보들은 분초를 쪼개며 유세에 한창이다. 각 당 대표들도 전국을 순회하며 자당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 중이다.
지난주 20대 총선 관심 지역을 돌며 지역 정가 분위기를 살펴보기 대구, 부산, 순천, 광주, 전주, 세종시 등을 찾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열기는커녕 다수의 유권자는 관심조차 없었다.
'여긴 관심 지역인데…. 왜 이렇게 관심이 없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치와 관련해 돌아온 대답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에게 정치는 실망을 넘어 혐오에 가까웠다. 그렇다 보니 선거에는 무관심해졌고 심지어 투표를 언제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했다.
"국회의원 선거? 이때만 뽑아달라고 반짝하지. 국회의원이 언제 국민 생각한 적 있나." "명예직으로 다 바꿔버려야 해. 돈은 왜 주나 모르겠다." "정치인 필요 없다." "투표할 생각이 없다." "선거가 언제예요?"
만나는 사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비슷했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역을 대표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이렇게 관심이 없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우리는 왜, 선거를 하고 국회의원을 뽑나. 선거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자기 지역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런 선거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국민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정치에 무관심해졌을까. '일은 안 하고 국민 혈세를 축내는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기 때문이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정치권 스스로 이런 이미지를 만들고 국민이 방조했다.
유권자가 선거에 등을 돌려버린 이유를 찾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민주주의의 꽃이자 핵심인 선거를 외면하고 어떻게 그 나라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권이 먼저 반성하고 스스로 변하지 않는 한 선거의 의미는 퇴색되고 대표성마저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좋든 싫든 국민이 정치권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는 선거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거를 하지 않고서는 정치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유권자가 투표를 거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투표하지 않은 국민이 정치권을 비판하는 것도 옳지 않다. 스스로 국민의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나라를 바꾸는 것도 국민이고 정치를 바꾸는 것도 국민이다.
선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아이들이 그대로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주권을 포기한 어른들을 본 아이들이 자라 투표에 적극적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대선이 한창이다. 열기도 뜨겁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8살 초등학생이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학생은 "당신은 너무 무례하다. 우리 어린이들도 당신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고, 또 언젠가는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걸 꼭 기억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돌출발언을 일삼는 대선 후보에게 멋진 한 방을 먹인 것 같아 가슴이 뻥 뚫리기도 했지만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선거를 치르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이 부끄럽기도 하다.
이 초등학생이 트럼프에게 촌철살인의 편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은 5세 때부터 선거와 투표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런 조기교육으로 미국은 선거 때마다 평균 투표율이 80%를 웃돈다. 미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19대 54.2%, 18대 46.1%, 17대 60.6%에 불과했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있다. 과연 우리는 이번 20대 국회에서 어느 정도 수준을 가질 수 있을까.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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