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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의 눈] '컷오프' 이중잣대, '누구'는 살거나 또 죽는 정치 현실

  • 정치 | 2016-03-17 05:00

최근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갖은 '잡음'이 일고 있다. 공천 배제된 일부 후보들은 이한구(왼쪽)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공천 결정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더팩트DB
최근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갖은 '잡음'이 일고 있다. 공천 배제된 일부 후보들은 이한구(왼쪽)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공천 결정에 대해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최근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갖은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공천을 확정한 후보들은 웃지만 탈락한 후보들은 분노와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공천 배제된 후보들 몇몇은 엇갈린 '운명의 수레바퀴'를 되돌리고자 '재심' 청구를 선택합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것이지요.

더불어민주당에선 공천배제 직후인 지난 11일 윤후덕(초선·파주갑)·부좌현(초선·경기 안산단원을)·최규성(3선·김제완주)의원, 12일 정청래(재선·서울 마포을) 의원, 13일 전병헌(3선·서울 동작갑) 의원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생사'는 또다시 엇갈렸습니다. 정청래 의원과 최규성 의원은 14일 재심 청구가 기각됐고, 부좌현·전병헌 의원의 재심 청구도 16일 기각됐습니다.

이들 가운데 윤후덕 의원만 구제됐습니다. 김성수 더 민주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공관위 정밀심사 때 총선청년네트워크에서 낙천 대상으로 지목된 것이 공천 탈락의 주된 이유였는데 그곳에서 더 이상 낙천을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공문이 왔다. 이런 사정변경이 하나의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 "검찰이 윤 의원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도 재심위에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의원은 지난해 '딸 대기업 취업 청탁 의혹'으로 윤리심판원에 회부,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징계를 면한 바 있습니다.

공천배제된 정청래(왼쪽) 의원은 재심 청구를 했지만 14일 기각됐고, 윤후덕 의원은 16일 구제됐다./더팩트DB
공천배제된 정청래(왼쪽) 의원은 재심 청구를 했지만 14일 기각됐고, 윤후덕 의원은 16일 구제됐다./더팩트DB

문제는 엄격한 잣대와 기준에 의해 공천과 재심을 진행했지만, 뒷말이 무성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 결정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상당수 누리꾼들은 강경파로 정부와 여당을 향해 '저격수' 역할을 해온 정 의원의 구명 운동을 펼쳤습니다. 물론 정 의원의 '막말'을 문제 삼으며 공천 배제를 당연시 여기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공천 및 재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전병헌 의원은 재심 기각 직후 성명을 내고 "지도부가 자신들의 권위에 상처나는 일을 막고자 재심 과정에까지 부당한 개입을 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유시민 작가(전 의원)는 실명까지 거론했습니다. 그는 14일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정청래 컷오프에 개입한 사람은 박영선(더 민주 비상대책위원회 의원)과 이철희(전략기획본부장)"라며 "본인은 아니라고 오리발 내밀지만, 정치물 먹은 사람은 딱 들어보면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내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고소하든지"라며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 작가의 주장에 대해 이철희 본부장은 "공천관리위는 총선기획단과 별도의 조직"이라며 "공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당 당헌은 총선기획단이 공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유승민(왼쪽)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의 공천 여부는 계속 미뤄지고 있으며, 이한구 위원장은 16일 주호영 의원은 재의를 요청했지만 반려했다./더팩트DB
유승민(왼쪽)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의 공천 여부는 계속 미뤄지고 있으며, 이한구 위원장은 16일 주호영 의원은 재의를 요청했지만 반려했다./더팩트DB

이 같은 논란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일고 있습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칼자루에 비박(비박근혜)계와 친이(친이명박)계, 친유승민계는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로 지목 당한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의 공천 결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공천 배제를 결정할 경우, 친박계의 공천 개입 의혹을 방증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보이는 손'은 이한구 위원장이고, '보이지 않는 손'은 박근혜 대통령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3선·경기 성남시분당구을) 전 의원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고,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조해진(재선·남 밀양시창녕군) 의원도 "역대 최악의 밀실공천"이라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친이계인 주호영 의원은 16일 최고위원회에서 재의를 요청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친이계 좌장격인 5선의 이재오(서울 은평구을) 의원과 3선의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의원에 대한 재의를 요청하며 구제에 나섰습니다. 이한구 위원장은 김 대표의 회견이 끝나자마자 최고위에서 주호영 의원에 대한 재의를 반려했습니다. 다만 단수추천 지역으로 선정돼 공천 배제된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는 보류된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여든 야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천 심사가 '자의적이고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냉정한 평가입니다. 국민을 위해 4년간 봉사할 후보들을 뽑는 중대한 일입니다. 한 손엔 칼, 한 손엔 저울을 든 법의 여신 디케와 같은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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