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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의 P-STORY] 각자도생 '천신정', 역사는 되풀이되나

  • 정치 | 2016-02-17 05:00

최근 정치권에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세 사람을 일컫는 이른바 '천신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천신정'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른바 '정풍운동'을 주도했다(왼쪽부터)./더팩트DB
최근 정치권에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세 사람을 일컫는 이른바 '천신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천신정'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른바 '정풍운동'을 주도했다(왼쪽부터)./더팩트DB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1945년 해방 이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썼던 말입니다. 이로부터 191년 전, 미국의 저명한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메사추세츠 주의 첫 주지사로서 독립 선언문에 최초로 서명한 존 핸콕(John Hancock)에게 한 명언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치사도 '이합집산(모였다가 흩어지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뭉치면' 힘을 발휘했으니까요. 지난 16·17대 개혁소장파로 제1야당을 주름잡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3인도 그랬습니다.

'천신정'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권노갑 최고위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른바 '정풍 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기세를 몰아 2003년엔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습니다.

개혁의 선봉에 선 세 사람의 초기 행보는 화려했습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열린우리당 의장과 통일부장관,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고, 신 의원은 정 전 장관 다음으로 여당 대표를 맡았습니다. 천 의원은 원내대표에 이어 법무부장관을 지냈습니다.

2007년 창당을 주도한 열린우리당 탈당 후 원외인사로 머물던 천정배 의원은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5선 고지에 올랐고, 최근 국민의당 공동 상임대표를 맡았다.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지난 2일 오후 대전광역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천정배(왼쪽)와 안철수 공동대표가 손을 흔들고 있다./배정한 기자
2007년 창당을 주도한 열린우리당 탈당 후 원외인사로 머물던 천정배 의원은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5선 고지에 올랐고, 최근 국민의당 공동 상임대표를 맡았다.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지난 2일 오후 대전광역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천정배(왼쪽)와 안철수 공동대표가 손을 흔들고 있다./배정한 기자

하지만 빛엔 그림자도 있지요. 차츰 세 사람의 정치적 행보는 엇갈렸습니다. 정 전 장관과 천 의원 모두 2007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쓴맛을 봐야했고, 탈당과 복당을 오갔습니다.

원외 인사로 머물던 천 의원은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5선 고지에 올랐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서 광주 공천이 어려워지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보란듯이 제1야당의 텃밭인 광주에 깃발을 꽂았습니다. 천 의원은 당선 직후 호남의 '뉴DJ' 를 규합해 야권의 주도세력을 교체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낙선한 뒤 정동영 전 장관은 전북 순창으로 낙향해 칩거 중이다./더팩트DB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낙선한 뒤 정동영 전 장관은 전북 순창으로 낙향해 칩거 중이다./더팩트DB

반면 2007년 대선 이후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정 전 장관은 정치적 재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역시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으나 또다시 고배를 마셨습니다. 정 전 장관은 이후 낙향해 전북 순창에서 칩거 중입니다.

이 두 사람은 최근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해 독자신당(국민회의) 창당에 나선 천 의원은 올 1월 초 정 전 장관을 찾아갔습니다. 천 의원은 신당 참여를 권유하며 손을 내밀었고, 정 전 장관은 거취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 뒤 천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통합했고,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국민의당은 정 전 장관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정 전 장관도 곧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과 달리 신 의원은 원내에 계속 몸을 담으면서 4선 의원을 지냈습니다. 그러나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으로 발목이 잡혔습니다. 당은 사실상 공천배제를 의미한 '당원자격 정지 3개월'이란 중징계를 결정했고, 신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지난 14일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떠났습니다. 그 역시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야당 내 몸을 담으며 4선을 지낸 신기남 (왼쪽) 의원은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았고, 이에 반발하며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지난해 9월 12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천 의원의 차녀 결혼식에 참석한 신 의원./더팩트DB
야당 내 몸을 담으며 4선을 지낸 신기남 (왼쪽) 의원은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았고, 이에 반발하며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지난해 9월 12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천 의원의 차녀 결혼식에 참석한 신 의원./더팩트DB

각자 부침을 겪은 '천신정'은 부활할까요? 다시 이 세 사람의 행보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를 의식한듯 신 의원은 탈당 다음 날(15일) "이제 자유로운 입장이 되었으니까 '천신정 ' 정신의 구상을 부담없이 생각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어게인 2000년'일까요, 아니면 '깨진 독의 물 붓기'일까요. 난세(亂世)는 난세인가 봅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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