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깊은 밤이 되면 난 사냥감을 찾아 거리를 나서지/사냥감을 발견한 나는 '사냥감'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지/오 아가씨 이러다 탈랄라(가수 박명수의 '탈랄라' 中)"
'인재감'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민의당을 추진 중인 라이벌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물밑에서 인재를 찾아 헤매느라 분주하다.
'문재안-안철수' 간 세력싸움을 넘어 여권 진영까지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누가 누구를 영입하느냐'가 승패의 변수로 떠올랐다. '인재영입이 곧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재영입 경쟁'의 문은 문재인 대표가 먼저 열었다. 지난해 12월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시작으로 11일 현재까지 김병관 웹젠 의장(1월 3일),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5일), 김선현 차의과대학 교수(6일), 오기형 변호사(10일), 김빈 디자이너(11일) 등 6명을 영입했다. 하루 또는 이~삼일에 한 번씩 새 인물이 입당했다. 여기에 12일 호남 민심을 겨냥해 전남 화순 출신의 양향자 삼성전무도 문재인호에 승선했다.
경쟁하듯 안 의원도 창당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지난 8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영입했으며, 같은 날 김동신 전 국방장관과 이승호 전 예비역 준장, 허신행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승철 변호사, 안재경 전 경찰대학교 학장 등의 합류를 밝혔다.
가만히 지켜보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가세했다. 새누리당은 10일 처음으로 총선을 위한 첫 인재 영입 인사를 발표했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장, 김태현 변호사 등 6명이다. 뒤이어 11일 김신호 전 교육부 차관의 입당 의사를 전했다.
여야 간 인재 영입의 키워드는 '상징성'과 '젊음' 그리고 '새 인물'이다. 겉으로 보면 "젊고 참신한 새 인물을 내세워 정치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속으로는 세력 확장과 표심 확보다. 정계·학계·국방·IT·법조·예술·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을 영입했으며, 3040 세대 '젊은 층' 영입을 강조한다.
문제는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머릿말에서 언급한 개그맨이자 가수인 박명수의 노래 제목 '탈 날라'처럼 진짜 탈 났다. 영입한 인재 가운데 비위 혐의에 휩싸인 일부 인사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취소' 사태에 이르렀다.
문 대표 쪽의 경우 김선현 차의과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가 논문 표절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 무단사용 논란으로 입당한 지 사흘 만에 탈당했다.
안 의원은 무려 세 명의 영입을 당일(8일) 전격 취소했다.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검사장 등에 대해 비위 혐의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며 취소를 결정하고 사과했다. 이에 대해 허신행 전 장관은 11일 "졸속 영입 취소를 공식 사과"하라며 반발했다.
새누리당 영입 인사의 경우 '낙하산식 인사'란 비판을 받았다. 종편 방송 출연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대부분 보수 색채가 짙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일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제가 먼저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분들이 모여서 나라 걱정을 하다가 '우리도 같이 나서자' 이렇게 해 저한테 연락이 왔다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라고 해명했다.
'인사가 만사(人事가 萬事)'라지만 옛말에 "급히 먹은 밥에 체한다"고 했다. 조선 건국 공신인 정도전은 "인재를 키우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여기에 학맥이 끊긴다면 백년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진짜 인재'란 쉽게 키울 수도, 얻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너도나도 앞다퉈 '인재'라 내세운 여야 간 영입 경쟁을 보면서 '무엇'이 '본질'인지 되묻고 싶다. 혹자의 말처럼 "반짝 쇼를 위한 인물 찾기"는 아닌지 말이다.
인사가 망사(亡事)라면, '혁신'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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