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을미년(乙未年·2015년)! 올 한해도 여의도 정가는 바람 잘 날 없었다. 정치권의 민낯을 드러낸 '성완종 리스트'부터 다시 한번 정부와 국회의 무능을 보여준 '메르스 사태', 정부여당과 야당 간 전쟁을 촉발한 '국회법 개정과 국정원 해킹의혹,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최근의 '안철수 탈당' 사태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2016년·丙申年)을 일주일 앞두고 <더팩트>는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정치권 '핫이슈'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올해 초 '한 장'의 메모지가 정치권을 강타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4월 유서를 쓰고 잠적한 뒤 북한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의 바지 주머니에선 바로 문제의 메모지가 발견된 것이다. 뭐라고 쓰였을까?
① 정치권 뒤흔든 '성완종 리스트'=메모지엔 정권 실세와 유력 정치인의 이름과 금액 날짜 등이 적혀 있었다. 김기춘(10만 달러)·허태열(7억)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해 유정복 인천시장(3억), 새누리당 홍문종(2억) 의원, 홍준표(1억) 경남도지사, 서병수 부산시장(2억)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이 쓰여 있었다. '성완종 리스트'라 불린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했고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지난 7월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서 1억 원을,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과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고 수사를 종료했다. 일각에서는 로비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홍 지사는 내년 1월 21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은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8일 5차 공판이 열린 바 있다.
②'진통 끝에' 공무원연금 개혁=공무원연금 개혁은 청와대가 내민 카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5일 공무원연금 등 3대 직역연금 개혁 계획 발표했다. 정부가 개혁 방향과 필요성에 대해 여당에 보고하자 새누리당은 지난해 10월 말 공무원연금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개혁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두 달 뒤 여야는 본회의를 거쳐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를 구성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여야의 대립은 계속됐다. 지급률과 기여율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대타협기구가 3월 28일 답을 찾지 못한 채 90일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여야는 실무기구 구성해 사실상 연장 운영하기로 합의한 뒤 활동 마지막 날인 5월 2일 정부와 공무원의 기여율을 높이고 공무원연금 지원을 낮추는 개혁안에 합의하고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하지만 야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조정'과 '재정절감분 20% 공적연금 강화 투입'을 국회 규칙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고 여당은 이를 반대했다.
진통 끝에 여야는 회기를 하루 연장한 5월 29일 새벽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고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공무원이 받는 연금액 비율을 의미하는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현행 1.9%에서 1.7%로 내리고,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인 기여율은 5년에 걸쳐 7%에서 9%로 높이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또 연금 지급액을 5년간 동결하고, 연금 지급 시작 나이를 2010년 이전 임용자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추는 것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했다.
③ 감염병 부실 대응 '메르스' 사태=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는 올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지난 5월 말부터 메르스가 국내에 확산하자 국민은 불안에 떨었고 정치권 역시 분주히 움직였다. 여야는 6월 8일 본회의를 열고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특위는 국가재난병원 설립과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긴급 예산, 확진 환자와 격리자에 대한 생계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 역시 메르스 대응에 힘을 기울였다. 국민안전처는 확산 방지를 위해 특별교부세 12억 원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긴급 지원하고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발생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조기에 지급하고 금융대출 특례 혜택을 제공했다.
메르스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감염병에 대한 부실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급성 유행성 질환에 대한 기본 메뉴얼과 대응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여야는 6월 25일 이른바 '메르스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통과시켰다. 메르스법은 감염병 확산으로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됐을 때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이동수단·진료의료기관 등을 신속히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3일 메르스의 완전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④ "배신의 정치"…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도 굵직한 이슈였다. 문제의 발단은 국회법 개정에 있었다. 국회법 98조 2항은 국회가 시행령(대통령령·총리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소관 부처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야는 5월 29일 '그 내용을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로 변경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박 대통령은 6월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정치적인 선거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해 작심 비판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같은 당 서청원·김태호 최고위원과 윤상현 의원 등도 유 전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거듭되는 압박에도 유 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김무성 대표는 "세력대결로 가면 안 된다"고 내분을 우려했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새누리당은 7월 8일 의원총회를 열고 사퇴 권고 결정을 추인했다.
이날 김 대표로부터 의총 결과를 전달받은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며 취임 5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았다.
⑤'한반도 긴장 최고조'…8·25 남북 합의=지난 8월 4일 오전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1사단 소속 부사관 2명 수색작전 도중 지뢰 폭발로 크게 다쳤다. 이를 확인한 국방부는 엿새 뒤 파주와 연천 등 11곳에 확성기를 설치하고 대북 방송을 운영했다.
남북간 긴장감이 고조되자 유엔(UN) 군사정전위원회는 두 차례 북에 장성급 회담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모두 거절했다. 오히려 북한은 15일 조선인민군 전선사령부 명의로 공개경고장을 보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우리 측은 북한의 사과와 책임차 처벌을 촉구하며 맞섰다.
한·미 연합군이 17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 훈련을 실시하자 북한은 "엄중한 군사적 보복 대응을 하겠다"며 비난했다.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사흘 뒤 북한은 육군 28사단 예하부대 인근 야산에 14.5mm 고사포 1발과 남쪽 700m 부근에 76.2mm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MDL) 북쪽 500m 부근에 155m 자주포 29발의 경고 사격으로 응수했다.
이후 북한은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용했다. 남북은 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2+2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정회가 반복됐지만, 남북은 마라톤협상 끝에 25일 오전 12시 55분 '6개항'에 합의하면서 한반도 긴장상태가 해소됐다. 북한은 목함지뢰 도발과 대북 확성기에 대한 조준사격 등 무력도발에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며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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