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민지 기자] 최근 새누리당 내에선 중진급들을 향해 자신의 텃밭을 떠나 험지에서 '백의종군(白衣從軍)'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출신 고위 인사들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TK(대구 경북)와 PK(부산 경남), 서울 강남 지역에 출마하는 건 안 된다는 '험지출마론'을 내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선거에서 험지를 택한 정치인들은 누가 있고, 결과는 어땠을까.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지난 1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여당 강세지역인 부산 지역구를 떠나 서울에서 출마하는 수준의 결단을 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이런 지도자도 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말하는 '서울에서 출마하는 수준의 결단'은 서울 강남 이외 지역, 비례대표 출마를 뜻한다. 김 대표는 1996년부터 20년간 여당 강세인 부산 남구에서 내리 4선을 했고 지난 재보선에서 영도로 옮겨 '5선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2일 오전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난 내 지역구 주민들에게 심판을 받겠다"면서 '험지출마론'을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로 들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중립지대에 있는 분들을 견인하려면 당 대표가 지역구 욕심을 버리고 희생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계속해서 맞서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호남지역에 출마하지 않고, 새정치국민회의의 비례대표 14번을 받아 전국구에 도전했다. 당시 비례대표 14번은 일정 정도 이상의 의석을 얻지 못하면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없는 끝 번호였다. 비록 낙선했지만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 또한 지역주의 벽을 허물기 위해 '험지 도전'을 마다치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으로 1992년 제14대 총선 부산 동구 출마, 1995년 제16대 부산 시장 출마, 1996년 제15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 2000년 제16대 부산 북강서을에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연속 4번 고배를 마셨지만, 대신 '바보'란 별명과 '노사모'라는 열혈 지지자들을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선 '험지'에서 기적적으로 깃발을 꽂은 의원이 있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의 텃밭이자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지낸 이 의원은 '호남에 예산을 쏟아 붓겠다'는 유세를 들고 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며 당선됐다.
네 번의 도전 끝에 얻은 '호남 민심'이었다. 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 선거, 2004년 광주 서구 총선, 2012년 광주 서구 총선에 모두 도전했지만 매번 실패하면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재보선 승리 이후 새누리당 최고위원에 지명되는 등 당내 핵심축으로 부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제2의 이정현'을 꿈꾸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정치인도 있다. 3선 의원인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지역구인 경기 군포를 떠나 야당의 '불모지'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 지역에 출마한 데 이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 대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장 선거에서는 무려 40%의 지지를 얻는 기염을 토했지만 결국 의원직과 시장직을 얻는 것은 실패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내년 4월 제20대 총선 같은 지역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빅매치'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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