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84) 전 대통령의 후배 사랑은 각별했다. 전 전 대통령은 11일 이순자(76) 여사와 함께 3년 만에 모교인 대구공업고등학교를 찾았다. 부부가 공식 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것은 검찰이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에 착수한 지 2년 만이다.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이날 오전 KTX에 몸을 싣고 9시 30분께 서울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공고에 도착했다. 부부는 10시께 동문회 체육대회를 기념한 흰색 모자를 나란히 눌러 쓰고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경호원들의 호위 속에 제36회 총동문회 체육대회 개회식 장소로 향했다. 이날 총동문회 체육대회 현장에는 약 100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3년 만에 모교를 찾은 소감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소감은 무슨 소감"이라고 잘라 말했다. 재차 이어진 같은 질문에도 "매년 찾았는데, 3년은 무슨…"이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그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51년 대구공고(기계과)를 졸업(24)했으며, 3년 전까지 매년 총동문회 체육대회와 골프대회에 얼굴을 비췄다. 2013년 검찰과 국회는 전두환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을 진행했고, 이때부터 전 전 대통령은 모교에 발길을 끊었다.
단상에 오른 전 전 전 대통령은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동문들이 기수별로 퍼레이드를 펼치며 단상을 향해 손을 흔들 때마다 홀로 일어나 화답하듯 손을 흔들고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과거 정권을 장악했던 시절의 위엄을 연상케했다.
전 전 대통령은 동문에 기여한 유공자 포상식 땐 예정에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후배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격려했다.
후배들에게도 전 전 대통령은 여전히 '각하'였다. 동문회는 내빈 소개를 하면서 "전두환 각하 내외 분들께서 찾으셨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후배들도 박수와 함성으로 전 전 대통령을 맞았다.
장준혁 총동문회장은 이날 '더팩트'와 만나 '대통령께서 별 말씀없었나'라고 묻자 "'후배들이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개회식 이후 전두환-이순자 부부는 동문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운동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부부는 이날 오후 2시36분 KTX편으로 상경할 예정이다.
한편 전 전 대통령 부부는 올해 '전두환 각하배 동문골프대회'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매회 이 대회에 참석해 후배들과 라운드 후 기념사진을 찍고 만찬을 즐겼다. 2010년엔 졸업 30주년을 맞은 후배들이 팔순잔치와 함께 운동장에서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집단으로 큰절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더팩트 | 대구공업고등학교=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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