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19대 마지막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8일로 막을 내렸다. 여야는 지난달 10일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708곳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감사(추석 연휴 기간 제외)에 들어가면서 ' 민생·정책 국감'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종 성적표는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로 초라하다. <더팩트>는 6~7일 시민사회단체에 물었다. 올 국감, 어땠나요? <편집자 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10점 만점에 2점도 아깝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올 국감을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에 이같이 평가했다. 이들은 19대 국회서 치른 네 번의 국감 중 이번 국감을 '최하위'로 꼽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 준비로 '주도권 싸움'에 '집안 싸움'을 하느라 국감은 안중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19대 마지막 국감은 이슈 몰이에 실패했고, 국민들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국회의원의 책무인 정부 기관 감시와 견제 기능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해마다 '부실 국감'의 대안으로 '국감 폐지' 또는 '상시 국감 도입' 등이 거론되는 이유다.
◆ "마음은 이미 '총선 밭'"
당초부터 올 국감은 내년 총선을 앞둔 터라 "선거구 획정, 총선룰 결정 등 '빅 이슈'로 제대로 진행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예상보다 더 '정치 국감'으로 치달았기 때문에 '최하위' 평가를 줄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감 기간 15개 상임위원회별로 매일 70여 명씩 온·오프라인 모니터를 한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지난달 21일 중간 평가에서 'D학점'을 줬다. 최종 평가를 앞두고 모니터단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중간 평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준비 없이 마지못해 하는 '쭉정이 국감'으로 D학점도 후한 평가"라면서 "국감 4차년도마다 국정감사를 이런 식으로 방기할 건지 궁금하다. 국정감사에 충실한 것이 곧 총선 표 다발일텐데 정책보좌진까지 지역구에서 총선을 챙기느라 인턴이 질의서를 작성하는 등 국감은 뒷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 상당수는 "의원들의 마음이 '총선 밭'에 가 있다 보니 불출석 문제도 두드러졌으며, 의원들이 민생 현장에서 발로 뛰며 발굴한 이슈보다 이미 거론된 이야기를 반복해 질의하거나 꼭 다뤄져야 할 이슈들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가는 등 평이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특히 몇명 의원들은 노골적인 '지역구 챙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보여주기 식' '점수따기 식'으로 임하는 의원들은 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을 대표해 행정부의 1년 농사를 평가하는 본연의 업무를 잊은 채 대놓고 총선에 몰두한 의원들의 행태가 '부실 국감'을 초래한 원인이란 얘기다.
유애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입법팀 간사는 "국감의 전반적인 상황을 면면이 들여다 보면 어느 상임위 할 것 없이 '부실 국감'이었다"고 꼬집었다.
◆ "붕어빵 국감, 개선해야"
시민사회단체들은 "늘 지적되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올해 역시 전혀 개선되지 않고 되풀이 됐다"는 점을 꼬집으며 혀를 내둘렀다. 이들은 생산적인 국감을 위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가 지난 6년 동안 국정감사 시정처리 요구사항 현황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전체 시정처리 요구사항 중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원회에서 869건으로 10건 중 1건이 중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증인 채택 및 신문과정과 피감기관의 부실한 자료제출, 정쟁으로 인한 국감 파행 등 매번 똑같은 지적과 시정조치 요청에도 '붕어빵 국감'이 여전했다는 방증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무리한 증인 채택이 '구태 국감'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꼽으며 '상시 국감' 도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의원들의 증인 신문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전제로 '증인신청 실명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홍금애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30일 국감을 할 수 있는데 올해는 20일 동안 국감을 했다. 시간이 줄어든 데 비해 올해 피감기관이 제일 많으니 부실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통계를 내봤더니 하루 6개 기관까지 감사하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증인 채택을 국감 전 일반적인 때 상시로 한다거나, 서면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서면 국감을 진행한다거나 등 필요한 부분들을 국회에서 연구해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또한 "국회는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을 국정감사 경비로 집행하고 있지만, 국정감사의 실효성이나 효과면에서는 회의적이다. 매년 지적되는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고 구태 국감이 반복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정감사폐지 또는 상시국감 등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면서 "회의록 분석결과 일반증인 중 상당수는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거나 서면 질의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신문을 받았다.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증인신청 실명제' 도입으로 어느 의원이 누구를, 왜 증인으로 신청했는지 공개하는 것도 개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들은 의원들 자체가 국감은 '정치이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국회의 고유 권한인 '행정부 감시 의무'를 돌이켜 보고 국정을 제대로 감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사회 정치실장은 "19대 마지막 국감인데도 여야가 내부적으로 총선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집안 싸움으로 국감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사실 국감은 우리나라 밖에 없는 제도고, 상시적으로 국회가 정부기관을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을 해야 한다. 이벤트성 국감으로 흘러가는 현 상황에서 이제는 정말로 국감 폐지에 준하는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 오경희·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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