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TF포커스] '공천권'충돌 김무성, 이번엔 청와대에 등 돌릴까?

  • 정치 | 2015-10-01 12:03
"이제 안 참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맞서면서,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또다시 머리를 숙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과의 갈등은 이번까지 네 번째다./청와대 제공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청와대가 내년 총선 후보를 뽑는 방식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한치 양보없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 측의 충돌은 결국 미래 권력을 향한 김 대표의 의지와 현 청와대 세력의 자기 보호막 강화를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자기 사람을 한명이라도 많이 공천을 하고 당선 시켜, 각각의 정치 플랜을 무난하게 끌고가려는 정치공학적 셈법에서 여권내 메머드급 충격파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청와대는 내년 총선에서 '대구'지역에 이른바 '박근혜 키즈(아이들)'를 전략공천하려 한다는 말들이 정가에 파다하다. 하지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갈 경우, 특정지역에 자기의 사람을 심으려는 청와대 생각은 무위로 그칠 공산이 크다.

김 대표와 청와대가 수위높은 갈등관계로 치달은 이유는 지난달 28일 김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부산에서 회동,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하루이틀 침묵을 지키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시기와 같이해 지난달 30일 ▲민심 왜곡 ▲조직선거 ▲세금공천 ▲낮은 응답률 ▲당 내부 논의 없는 결정 등 5가지 문제점을 들면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비판했다.

청와대의 날 선 비판에 김 대표도 현재까지는 강력히 응수하는 모습이다. 지난 '유승민 사태'등 몇 번의 청와대와의 갈등에서 모두 머리를 숙였던 것과 상반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청와대 비판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 나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아주 노력하고 있다"면서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날 의총에서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한 것을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내 의원들에게 사과했다는 친박 일부 의원의 언급에 대해서도 "내가 왜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나. 어떤 X가 그런 소릴 하느냐"고 불쾌해 했다.

'골치가 아프네' 김 대표는 지난달 20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골치가 아프네' 김 대표는 지난달 20일 오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 나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아주 노력하고 있다"면서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말했다. /국회=임영무 기자

김 대표가 박 대통령 및 친박계 의원들과의 갈등은 당 대표 취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로 그동안 세 번의 갈등국면에서는 김 대표가 현실적으로 혹은 전략적으로 머리를 숙여왔다.

김 대표와 청와대의 첫 갈등은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김 대표는 중국을 방문해 “개헌은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면 안 된다. 정기국회가 끝난 뒤 개헌논의의 봇물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반발했고, 김 대표는 다로 다음 날 “대통령이 이탈리아 아셈에 있는데 제가 예의를 지키지 못한 거 같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분명히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개헌 논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또 지난해 12월에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했다가 친박계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결국 철회하고, 6개월 뒤 김종석 홍익대 교수를 임명했다.

또 숙여야 하나?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겨냥했을 때에도 김 대표는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월 16일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오찬. /청와대 제공
또 숙여야 하나?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겨냥했을 때에도 김 대표는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월 16일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오찬. /청와대 제공

이후 당청 관계는 큰 갈등 없이 지내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국회법 논란이 불거지며 또다시 당청 관계는 갈등으로 돌아섰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겨냥했을 때에도 김 대표는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세 번의 갈등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던 김 대표로서는 그러나 이번 네 번째 싸움에서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름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야당과 합의한 공천제가 뚜렷한 명분도 얻지 못하고 청와대의 반대때문에 무산되거나 크게 변형된다면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총선에서 김 대표의 정치적 신념이 반영된 공천 시스템 구축이 힘들다면 그 총선은 김 대표 주도의 총선이 아니다는 평가가 나올수 있다. 이 대목에서 김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수 밖에 없다. 다시한번 어쩔수 없이 청와대에 백기투항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스타일을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강력히 각인시킬 것인 지를 두고 말이다. 양단의 선택에 따라 김 대표의 정치 여정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방법이 달라지기에 지금 어느때보다 신중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내년 공천권과 차기 대권을 고려할 때 김 대표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 청와대와 계속해서 갈등 관계로 갈 수도 없다”면서 “대권을 생각할 때 김 대표가 적정선에서 한발 양보한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마치 굴욕적인 것처럼 비친다면 김 대표를 지지했던 세력이 이탈할 수도 있다. 따라서 김 대표도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1일 오전 최고위원회에 개인적인 사유로 불참했다.

김 대표는 또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릴 예정인 제6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발 더 나아가 김 대표는 국회에서 "지난 2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부산에서 합의하기 전 청와대와 상의했다"면서 "사전통보는 물론 발표문도 보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나름 배수진을 치면서 이번에는 청와대 압박에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