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의 '꽃'인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의원보다 더 눈코 뜰 새없이 바쁜 이들이 있다. 바로 금배지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보좌진들이다. 올해 국감은 추석 연휴 전후인 다음 달 10일부터 23일까지, 10월 1일부터 8일까지 나눠 치른다. 국감을 보름 앞둔 26일, '국감을 맞이하는 보좌진들의 자세'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국감 스타'. 국감 기간 활약이 돋보인 국회의원에게 붙는 타이틀이자, 보좌진의 성적표다. 국감이 끝나면 시민단체는 '국정감사 우수 의원'을 선정해 발표한다. 국감이 의정활동의 '백미(가장 뛰어난 것)'로 불리는 이유다.
때문에 보좌진들은 다른 의원실과 '차별화 전략'을 짜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외모와 화법 등 '이미지 메이킹'부터 허를 찌르는 '국감 자료' 등 '스타 의원' 만들기 준비에 한창이다. 야당 의원실의 A 보좌관은 "'국감 우수 의원' 뒤에 '8할의 공'은 보좌진에게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보좌진들은 최근 '국감 전략'의 '대세'는 '현장 검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아무리 여러 번 들어도 실제로 한 번 보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감 역사 20년'을 거친 정부 또한 국회의 촘촘한 그물망을 피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한 여당 의원실의 B 보좌관은 "국감 준비는 의원실마다 풍속도가 있다. 요즘은 '한 방 주의'보다 눈에 띄는 '현장 검증'이 먹힌다. 제보가 들어오면 직접 가서 해 보고 국감에 참여한다"면서 "제보는 큰 건은 10~15개 정도 들어오는데 그 가운데 중요도나 이색적인 것을 골라 검증을 거친다"고 설명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국감은 국회와 피감 기관 회의장을 벗어나 '이색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2013년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개성공단 현장시찰을 갔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바다 위에서 국감을 치렀다. 또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원자력발전소 현지시찰을 나갔고, 국방위원회는 수도방위사령부 등을 방문했다.
'시연'과 '소품 활용'도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면 2010년 임동규 전 의원은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장에서 고층 오피스텔 화재의 위험성을 검증하고자 부탄가스 라이터를 가지고 '불쇼'를 시연했다. 당시 임 전 의원의 '황당 시연'에 동료 의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의 1차 실험이 실패하자 안행위원장은 "밖에 나가서 연습해 오라"고 하기도 했다.
몇몇 의원들은 현장에서 직접 의원이 현장 검증한 동영상을 녹화해 국감장에서 틀어주거나, 국감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차트로 정리해 발표한다. 또한 농수산물은 '단골 소품'이다. 지난해 국감장에서도 한 의원이 학교급식 문제를 지적하며 반건조된 명태를 국감장에 들고 나왔고, 2010년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장에서 배추 한 포기를 손에 들고 배춧값 폭등을 지적했다.
모 초선 의원실의 C 보좌관은 "'보여주기 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이 직접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데 어떡하나. 올해도 벌써 몇가지 준비했다. 현장에서 검증을 거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의원실 한쪽의 '국감용 아이템'을 가리키며 "일급 비밀"이라고 미소 짓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에겐 '국감 스타'란 타이틀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강력한 무기인데다 국감 활동 성과가 곧 공천 기준의 유불리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감 우수 의원' 상을 받은 의원실의 D 보좌관은 "미리 검증을 다 거치고 난 뒤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자료도 요청해야 한다. 하던 대로만 열심히 하면 별무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치 공방과 폭로 같은 국감은 이제 지나갔다. 과욕이 빚어 내는 해프닝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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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오경희·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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