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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기획] 대통령과 비서실장 '찰떡 or 상극'

  • 정치 | 2015-02-27 11:48
'새로운 비서실장의 권위는 어느 정도일까' '현대판 도승지'라고 불리는 비서실장, 그들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림자처럼 머물며 대통령을 보좌했다. 한때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정도의 권력을 가졌다고 해 '권력의 꽃', '권부의 2인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더팩트DB
'새로운 비서실장의 권위는 어느 정도일까' '현대판 도승지'라고 불리는 비서실장, 그들은 대통령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림자처럼 머물며 대통령을 보좌했다. 한때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정도의 권력을 가졌다고 해 '권력의 꽃', '권부의 2인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더팩트DB


'현대판 도승지' 비서실장, 그들은…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널리 물으시어 꼭 합당한 사람을 얻도록 하소서. 대신은 반드시 들어와 직접 아뢰게 하소서."

선조 7년, 승지였던 율곡 이이가 올렸던 '만언봉사'의 한 구절이다. 자신을 일컬어 '승지'라 했던 김기춘(75)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임한 가운데 청와대는 새 비서실장 두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정국은 자연스럽게 측근 정치를 꺼리는 박근혜(63) 대통령의 새 비서실장 인선에 쏠릴 수밖에 없다.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관계에서 대통령의 비서실 관리 스타일과 조직 유형에 따라 결정된다. 이는 비서실장의 행동반경과 권한 수준에도 영향을 끼친다.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 '제2의 권력'을 누린 이가 있는가 하면, 권력의 드러나지 않은 싸움 속에 밀려 껍데기뿐인 실장으로 전락한 이들도 있다.

<더팩트>는 대통령과 '합(合)'을 이룬 역대 비서실장을 살펴봤다.

◆ 대통령과 비서실장, '최고의 궁합' 누가있을까?

'왕의 남자' 누가 있을까 역대 비서실장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엔 이후락(왼쪽)과 박지원(오른쪽 위), 문재인(오른쪽 아래) 전 비서실장이 있다. 이들은 업무적인 능력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한 비서실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YTN뉴스 갈무리, 더팩트DB
'왕의 남자' 누가 있을까 역대 비서실장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엔 이후락(왼쪽)과 박지원(오른쪽 위), 문재인(오른쪽 아래) 전 비서실장이 있다. 이들은 업무적인 능력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한 비서실장으로 평가 받고 있다./YTN뉴스 갈무리, 더팩트DB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7명의 역대 대통령에겐 28명의 비서실장이 있다. 이들 가운데엔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 사람들이 있다. 이후락 전 비서실장과 문재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다.

'제갈조조' 이후락(당시 38세) 전 비서실장은 박정희(당시 43세) 정권(3공) 당시 뛰어난 정치력으로 박 전 대통령 전반기 통치 기틀을 만드는데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그는 5년 10개월 동안 박 전 대통령을 보필하며 비서실을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격상시키는 데 일조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업무 처리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얻은 문재인(62) 전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6살 어린 나이임에도 각별한 신임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문 전 비서실장은 보좌와 참모의 성격이 강했던 인물로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 떠올랐으며 현재엔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또 '국민의 정부'였던 김대중(83·사망) 전 대통령과 박지원(72) 전 비서실장도 11살이라는 큰 나이 차이에도 이상적인 조화로 꼽힌다. 특히 박 전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의 최대 역점 사업이던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에 나서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복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 비서실장에 대해 장성호(51) 배재대학교 교수는 2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후락 전 비서실장은 군부 정권 당시 혁명 동지로 박 전 대통령의 통치 철학에 적극적으로 일조한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에겐 새로운 정권을 뿌리내리는 데에 있어 적합한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과 막연한 친구 사이로 노 전 대통령의 스타일과 성격을 알고 있기에 최고의 파트너로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대통령의 무한한 신뢰? '예외도 있다'

'비운의 비서실장' 이유는?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비서실장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대통령의 마음을 얻지 못한 허울 뿐인 비서실장도 있다. 김계원, 김우식, 이상주, 박관용(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전 비서실장./SBS 뉴스 갈무리, TV조선 뉴스 갈무리
'비운의 비서실장' 이유는?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비서실장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대통령의 마음을 얻지 못한 허울 뿐인 비서실장도 있다. 김계원, 김우식, 이상주, 박관용(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전 비서실장./SBS 뉴스 갈무리, TV조선 뉴스 갈무리

대통령과 가까이 있다고 해 무조건 그 '합(合)'이 좋을까. 예외도 존재한다.

대표적 인물로 박정희 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김계원(93) 비서실장이 꼽힌다. 당시 그는 실세였던 차지철 경호실장에게 밀려 비서실장으로서 임무를 하지 못했다. 더욱이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 시해현장에선 박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힐난을 받았다.

전두환(84) 정부 때 비서실장들은 하나같이 별다른 눈에 띄게 직을 수행하지 못했다. 2인자를 두지 않으려 했던 전 전 대통령이 청와대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해 군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비서실장직에 측근이 아닌 관료나, 학자, 외교관을 기용했기 때문이다.

또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 수석을 바로 불러 지시하는 등 행보로 비서실장의 존재는 거의 유명무실했다.

노태우(82) 전 대통령 때 비서실장을 지낸 홍성철 전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거의 없었으며 당시 실세였던 박철언 정책보좌관으로 영향력 역시 적었다. 김영삼(87)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박관용(76) 전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 씨의 국정 개입으로 김 전 대통령의 가까이서 이렇다 할 존재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이 밖에 김대중 대통령 때 이상주(77) 전 비서실장은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의 영향력으로 그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우식(75) 전 비서실장 또한 업무 처리 능력에서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장 교수는 "모름지기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마음을 꿰뚫 줄 알아야 하며 '멸사봉공(滅私奉公 사심을 버리고 나라나 공공을 위해 힘써 일함)'의 마음으로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간혹 정치적 이유로 엉뚱한 비서실장이 지명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심중을 알 수 없으니 역할이 미비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장식용 비서실장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더팩트|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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