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역대 정권마다 '2인자'가 있었다. 이들은 권력자만큼, 또는 다음가는 힘을 가졌다. 때문에 역대 정권에서 '실세'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도 최근 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정윤회(59) 씨와 청와대 비서관 등 10명의 '십상시' 비선 조직이 숨은 실세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 씨는 "사실무근"이라 반박한다.
실세는 있나 없나. 호사가들은 권력이 있으면 실세는 있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힘이 있는 곳에 세력이 모이기 때문이다. 허나, 영원한 권력은 없다. <더팩트>는 역대 정권 2인자의 흥망성쇠를 짚어봤다.
◆ '만사형통' 이상득의 권불십년…잠행 중
정가에선 이명박 정부의 숨은 실세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꼽는다.
창업 공신이자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이 전 의원에겐 '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는 뜻의 '만사형통(萬事兄通)', 고향 이름을 딴 '영일대군'의 별칭이 따라다녔다.
이 전 의원을 중심으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이 멤버인 '영포회'는 이명박 정부 비선 조직으로 주목받았다. 영포회는 1980년 결성한 경상북도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의 중앙부처 공무원 사조직으로,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통해 민간인 사찰을 지휘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거칠 것 없던 그도 2012년 7월 동생 이 전 대통령이 '용서 받지 못할 범죄'로 규정한 저축은행 로비 사건으로 구속됐고, 지난해 9월 9일 1년여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두문불출하던 이 전 의원 지난 10월 9일 조카이자 이 전 대통령의 외아들 시형 씨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후에도 특별한 행보는 없다. 11일 오후 찾은 서울 성북구 그의 자택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경비원 A 씨는 이날 <더팩트>와 만나 "이 전 의원이 매일 아침 자택 밖을 나가긴 하지만 오가는 시간은 때마다 다르다"면서 "구속 이후 창문 커튼이 걷히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인근 주민은 "옥고를 치르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진 것으로 안다. 백내장을 앓고 있다는 얘기도 간간이 들린다"고 말했다.
◆ 왕족의 힘? 노건평·홍삼트리오·김현철
이명박 정부처럼 노무현·김대중·김영삼 정부는 친형과 아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참여정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 씨가 '봉하대군'이라 불렸다.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건평 씨의 인사 개입 잡음이 계속 불거졌다. 2004년 "순진한 형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정도로 뒷말이 많았다. 건평 씨는 결국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개입해 29억여 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를 1년 앞둔 시점에 '홍삼 트리오'로 불린 세 아들(홍일·홍업·홍걸)의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김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차남 홍업 씨는 '이용호 게이트', 삼남 홍걸 씨는 '최규선 게이트'로 기소돼 모두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장남 홍일 씨는 김 전 대통령 퇴임 후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소통령'으로 불렸다. 김 전 대통령이 어지간한 문제는 "현철이와 상의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YS정권 말기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감옥 신세를 졌다.
◆ '충복형' 박철언·장세동·이후락·이기붕
실세들의 특징이 있다면 단 한 명의 권력자를 향한 충성심이 매우 뛰어나거나, 권력자의 두뇌 역할을 하는 뛰어난 지략을 가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이자 6공화국의 최고 실세였다. 대북특사 역할을 할 정도로 신임을 받았지만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권력싸움에서 졌다.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은 5공화국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심복 노릇을 했다. 1993년 이른바 '용팔이 사건(별명이 용팔이였던 조직폭력배 김용남이 야당인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한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자, 책임을 지고 감옥에 다녀왔다.
'제갈조조'로 불린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은 뛰어난 정치력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전반기 통치의 기틀을 구축했고, 비서실을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격상시켰다. 이 전 중앙정보부장은 '김대중 납치사건' 등 무리하게 충성심을 발휘하다가 결국 해임당했다.
이기붕 전 국회의장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서 부통령에 당선됐으나 4·19 혁명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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