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서울·광명=고수정·김아름 기자] "불법도 아닌데 술 먹는 게 뭐가 문제죠?"
어린이 놀이 공간 '키즈카페'가 휘청이고 있다. 키즈카페는 버젓이 술을 팔고, 일부 엄마는 당연한 듯 마신다.
어른을 따라하는 어린이가 생길까 걱정될 정도다. 이러다보니 국회마저 키즈카페 술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20일과 26일 경기 광명과 서울 관악·강남의 대형 키즈카페를 직접 찾아 주류 판매, 엄마들의 음주 실태를 살펴봤다.
20일 오후 3시 광명시 A 키즈카페. 유리창 너머로 보인 모습은 황당했다.
키즈카페 한 켠 탁자에 모여 앉은 엄마 세 명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곁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데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카페 입구와 안쪽엔 병맥주와 생맥주 500cc, 소주, 안주 주문판을 크게 만들어 놨다. 키즈카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주부 김모(32)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술집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냐"며 "심하게 취하면 모를까. 한 두잔 가볍게 먹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딱 잘라 말했다.
26일 오후 유명 키즈카페로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서울 양재동 B 카페 역시 메뉴판에 술이 있었다.
주인에게 '맥주 있느냐'고 묻자 "애들이 있어 대놓고 팔지는 않는데 원하면 꺼내다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아이들 놀이 공간에서 술을 파느냐고 하자 "일반 음식점이어서 상관 없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의 C 카페도 다른 곳과 같았다.
이곳 점장은 '조카 생일 파티를 예약하러 왔다"고 했는데도 매우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키즈카페가 예뻐서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온라인에 다 있다. 그것을 참고하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유가 있었다. 카페 중간에 놓인 대형 냉장고 때문이었다. 맥주가 가득했다. 종류도 다양했다. 보통 5000원, 많게는 7500원에 팔고 있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온 주부 박모(37)씨는 "유명하고 아늑하다고 해서 왔더니 술만 보여 당황했다"면서 "술집 같아서 맘이 상했다. 이러면 아이들을 맡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이모(33)씨는 "엄마들 사이에 술 파는 키즈카페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한 번은 아이들을 방치한 채 술 먹은 엄마들도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유명 브랜드 키즈카페 본사 관계자는 27일 <더팩트>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키즈카페는 일반 음식점이어서 술을 팔 수 있다"며 "아직까지 문제가 생긴 적이 없고, 주류 금지 판매법이 시행되면 당연히 법을 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일 키즈카페의 주류 판매 금지 내용을 담은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른 어린이놀이기구 등을 설치한 키즈카페에서의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주류를 판매한 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술을 먹으면 위급 상황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져 어린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며 "키즈카페는 어디까지나 어린이 놀이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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