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적자. 향후 10년간 53조 원,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최근 서초구에 내건 플래카드 내용이다. 이 내용을 보면 현재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공무원 연금을 어떤 시각을 갖고 추진하는지 고스란히 나온다.
언뜻 보면 부실덩어리인 공무원 연금을 공무원 급여를 주고 있는 국민들이 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져 국민들이 생각하기엔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힘을 보태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을 갖게 된다.
마치, 장기 침체처럼 느껴지는 경기 부진의 어려움 속에 국민들은 빠져 있는데 정작 '국민 돈'으로 일하는 공무원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만 하는 '공공의 적'으로 설정된 프레임이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공인으로서의 책임', '역사적 책무' 등의 표현 등을 써가며 개혁안 연내 처리라는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공무원'과 '국민'이라는 대결 프레임에서 당위와 명분을 쥐고 간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무원 연금은 개혁의 대상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애초의 설계 기반이 고령화 등으로 변화된 상황에서 연금 손질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통계 데이타를 기반으로 추계를 내서 어느 만큼을 덜어낼 것인가 하는 과정은 현재 연금을 내고 있고 그 연금으로 퇴직 이후의 생활을 꾸려가야 할 당사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 역시 필수불가결이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지만 '박봉'을 감내해온 이유가 다른 직업보다 그나마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받기 때문이라는 공무원들의 믿음을 '때려서 털어내는' 방식으로는 풀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묵은 과제들을 풀어내는 하나의 시범 사례가 되야 한다. 새로운 미래로 가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합의를 만들 것인가 하는 본보기로 남아야 한다.
이것은 공무원 편들기가 아니다. 사실 연내 마무리 가이드라인을 긋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에서는 공무원 연금 개혁이 '성과없는 말잔치'만으로 끝나도 잃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자원외교 실패, 거대한 방산비리, 한중 FTA, 무상급식 논란 등 굵직한 현안 속에서 공무원 연금개혁 카드는 만지작 거리기만 해도 여당에 '찬성표'를 모아온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강력한 '100만 공무원' 대 '5000만 국민'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이은영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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