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이 대박을 터트렸다. 영화 '변호인'에서 '진우'역을 맡아 '연기돌'이란 별칭을 얻은 이후 선택한 작품, '미생'에서 '장그래' 역을 맡아 흡사 원작에서 튀어나온 듯 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프로기사 입단에 실패한 후 스물여섯이나 먹고 할줄 아는 것 아무것도 없이 바둑 후원자의 도움으로 덜렁 대기업 영업3팀에 배치된 '낙하산' 인턴 장그래는 직속 상사 오과장의 구박과 야단 속에서 가슴 졸이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회초년병의 모습을 때론 어리숙하게 또 때론 짠하게 표현하여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을 받고 있다.
장그래 역의 임시완은 이 역을 받았을때 아무 직장 경험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의 직장인 친구들을 취재하면서 연습했다고 한다.
다른 팀 인턴의 실수로 일어난 '딱풀 사건'을 오과장이 '우리 애'란 말로 감싸주자 눈물을 펑펑 쏟았던 장그래. 임시완은 "'회사는 혼자가 일하는 곳은 아니지만 혼자라고 느끼게 하는 곳'이었지만 '우리 애'라는 선배의 말을 통해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다"며 연기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빈 듯하면서도 무엇을 할지 몰라 늘 우물쭈물 하는 장그래에게 2030세대가 공감하는 이유는 '내일은 살아남아야 하니까요'란 장그래의 대사처럼 바쁘게 모이고 흩어지는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고독과 외로움과 싸우는 우리 사회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과 애잔함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인지 모른다.
지난 30일 세월호 침몰 197일 만에 295번째 희생자이자 아직 돌아오지 못한 10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단원고 황지현 양이 자신의 생일날 부모님의 품안으로 돌아왔다. '잊지말자 0416'을 되뇌였지만 밀려드는 일상의 번잡함 속에 세월호 참사의 꽃다운 청춘들의 잔상이 잊혀지고 있던 시점에서 황지현 양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지현양의 귀환'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혼자'가 되어버린 유가족들의 고독과 외로움을 '혼자이게 만들지 말아달라'는 외침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국회내 차가운 돌바닥에서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바라는 유가족 부모들의 목마른 기다림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근 200여일이 지나서야 유가족이 반대하는 인사는 특위위원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조항에 여야가 합의함으로써 조만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시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최근 유명을 달리한 가수 고 신해철의 발인이다. 우리 사회에 자신만의 강렬한 목소리를 남겼던 고 신해철의 인생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꿈'이 아닌 '행복'을 찾자는 것이었며 '마왕'이라는 카리스마 뒤에는 이러한 '행복'을 찾는 '노란 병아리'의 따스함이 숨어 있었다.
깊어가는 가을의 장엄함 속에 장그래, 황지현, 그리고 신해철. 이 세 사람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감정은 인생의 '애잔함'과 '덧없음' 그러나 그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사회에서 혼자로 남겨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서로를 보듬고 안아주자는 위로의 메시지는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은영 기획위원]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