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를 달면 100여가지 대우가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혜성 권한은 무수히 많다. 국회의원 책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때마다 국회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혁신안을 내놓는다. 국민의 대표 및 대변자 역할을 하는 만큼 의원들에 대한 일정한 편의 제공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든 신분적 특혜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더팩트>는 국회의원의 권한 중 특권 논란이 이는 쟁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국회에는 이른바 '입법부 특채'라는 게 존재한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를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의원실에 고용할 수 있는 것을 에둘러 꼬집는 말이다.
대체로 의원실에 보좌진을 채용하려면 보좌관과 1차 면접을 본 후 국회의원과 2차 면접을 보는 차례를 거친다. 공개채용 공고를 내는 의원들도 있지만 이 또한 외부 시선을 의식한 형식적 절차라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의 소속 상임위원회와 성격, 특성 등을 고려해 전문성을 갖추고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부 특채(?)는 나름 장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정활동상 필요한 전문성이나 여타 능력 보유 여부와는 상관없이 단지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연유로 친인척 등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국민의 혈세로 연 3억6800만원의 보좌진 보수(7명 분)가 지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의정활동과 딱히 연관성이 없는 이를 혈연적 이유로 관행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내려놔야 할' 의원들 '특권' 가운데 하나다. 현재 국회에 '친인척 보좌관 채용금지'에 관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 자녀부터 동료 의원 조카까지…특채 관행
전·현직 국회의원이 친인척, 혹은 동료의원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논란이 사례는 많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과거 수년간 자신의 자녀를 보좌진으로 채용해 홍역을 치렀다. 송 의원의 장녀인 A 씨는 송 의원이 1992년 14대 총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뒤 9급 비서관으로 채용됐고, 3년 뒤 7급으로 승진했다. 송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2000년에는 5급 비서관으로 재임명돼 8년간 비서관을 지냈다.
2008년 송 의원이 3선에 성공한 뒤에는 다른 직장에 다녔지만, 2010년 5월 다시 5급 비서관으로 채용돼 논란이 됐다. A 씨는 당시 6천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당시 한 매체와 통화에서 "딸은 14대 총선 전부터 지역구 활동을 함께하며 나를 도와준 정치적 동반자"라며 "현재 성실히 출근하면서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안상수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도 친형의 자녀를 비서로 뒀고, 김성조 전 한나라당 의원은 매제와 안경률 전 한나라당 의원의 조카를 각각 4급 보좌관으로 데리고 있었다. 서종표 전 민주당 의원의 딸은 국회에 출근하지 않은 채 수년간 연봉 7000여만원의 4급 보좌관 보수를 받았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한 의원은 지역 당원협의회 업무를 담당할 사람으로 친인척인 B 씨를 보좌관으로 임명해 뒷말을 낳았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2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B 씨는 국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보좌관도 아니고, 보수를 받지도 않는다"며 "지역에서 의원을 도와주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원천봉쇄 법안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못 해
이와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 국회와는 달리 미국 연방의회는 1967년부터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는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이를 막는 법안이 여럿 발의됐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2012년 7월 18일 이 같은 내용이 골자인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배우자 혹은 국회의원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 및 친인척은 해당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임명될 수 없고, 만약 이를 어기면 퇴직해야 한다. 윤 의원은 "친인척의 경력과 자질에 상관없이 원천적으로 임명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논란을 방지하고, 국민적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이 법안은 국회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2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관련 법안은 아직 계류 중으로,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라며 "심의해서 수정되던가, 다른 법안과 통폐합될 수도 있다. 2016년 4월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폐기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새정치연합 박남춘 의원도 관련 법안의 개정안은 대표 발의했다. 국회의원의 친인척은 보좌진으로 임명될 수 없다는 내용은 윤 의원의 개정안과 같다. 다만 박 의원의 개정안은 해당 국회의원의 보좌진이 아닌 다른 국회의원의 보좌진으로 4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규정한다. 이 개정안도 현재 계류 중이다.
'친인척 보좌관 채용금지'관련 법안이 지난 2년동안 먼지만 뒤집어쓰고 계류중인 현 상황이 한편으로는 의원들의 특권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시민단체에서는 지적한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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