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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의 P-STORY] "일흔일곱 번 용서하라"…용서의 시작은?

  • 정치 | 2014-08-20 09:45

지난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메시지는 '화해'와 '용서'다.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만난 교황./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메시지는 '화해'와 '용서'다.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만난 교황./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상처받은 이들의 가슴에 '화해'와 '용서'란 글자를 새기고 로마로 떠났다.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14일 방한한 교황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참 어른'의 의미를 일깨웠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는 누구도 주지 못했던 위로를 안겼고, 아이와 고통받는 자들을 보면 지나치지 않고 손을 잡았다. 교황은 그들의 눈을 맞추며 따뜻한 미소로 위로를 건넸다. '가난한 자의 벗'이었다.

교회와 사제들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도 잊지 않았다. "교회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가난한 자를 잊는 경향이 있다"면서 "길은 결코 혼자 가는 게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라고 다독였다.

교황의 메시지를 실천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18일) 명동성당 미사에서 "용서야 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이다. 아무런 남김없이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우리는 용서할 수, 받을 수 있을까. 세월호 침몰사고로, 군대 내 잔인한 폭력으로, 또래에 짓밟혀 하늘로 떠난 청춘들의 주검 앞에서 '용서'란 글자가 너무도 무겁다. 우리 모두 언제 어느 때 피해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잘못을 알면서도 묵인해온 방관자일 수 있다.

수백만 명이 학살당한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는 용서에도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아마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은 그들이 후회의 표시를 보이는 경우에만, 그러니까 그들이 적으로 남아 있기를 포기한 경우에만 가능했다. 반대의 경우, 여전히 적으로 남아 있고, 남에게 고통을 가하려는 고집스러운 의지를 고수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용서해서는 안되었다. 그 사람을 구원할 수 있고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만(나누어야만 한다!)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은 그를 심판하는 것이지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프리모 레비 자서전 '주기율표' 중)

19일 세월호 특별법에 여야가 재합의했지만, 희생자 가족들은 다시 한번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기)받기 위해선 '후회 없이' 잘못을 고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용서의 시작은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가능한 게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제대로된 '한 번'의 용서도 구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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