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역대 최다 규모로 치러지는 7·30 재보선에 사활을 걸었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야 어느 쪽이든 '지도부 책임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인사 파동, 유병언 사태 등 정부·여당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갈등으로 야당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새누리당은 7곳에서 새정치연합은 3곳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경합을 벌이는 곳은 5곳으로 나타났다. 재보선 승패를 가를 '7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최종 투표율, 이전보다 낮을 전망
선거 승패를 가르는 변수 가운데 하나가 최종 투표율이다. 이번 재보선은 휴가철에 치러져 이전 재보선보다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을 보면 ▲2006년 7월 26일(4곳)에 역대 최저치인 24.8% ▲2010년 7월 28일에는 34.1%를 기록했다.
하지만 모두 15곳에서 치러지는 역대 최다 규모 재보선이라는 점은 투표율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나경원·손학규·이정현·임태희 등 인지도가 있는 거물급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면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난 25~26일 치러진 사전투표 투표율은 지난해 제도 도입 이후 가장 높은 7.98%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전체 투표율이 40%만 넘지않으면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을 하고 있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30% 초반대의 투표율이 나올 경우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야권 단일화, 선거에 미칠 영향은?
재보선 핵심 변수는 '야권 단일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보선 초반 판세는 새정치민주연합에 기울었지만, 전략공천 갈등으로 새누리당의 우세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 승패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수도권의 경우 서울 동작을을 비롯해 수원 3곳 가운데 수원을(권선)과 수원정(영통) 2곳에서 새누리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동작을의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를 시작으로, 수원정의 정의당 천호성 후보, 수원병의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연쇄 사퇴, 막판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야권 후보군 압축이 의미있는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날지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야권후보 단일화가 유권자 표심에 직접적,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재보선 특징"이라며 "여당에 위협적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보수층 결집 등 역풍이 있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 수원 삼각 벨트, 누가 웃을까
이번 재보선 최대 박빙 지역 가운데 한 곳이 경기 수원이다. 수원은 선거구 4곳 중 3곳에서 한꺼번에 선거가 치러져 이른바 '삼각 벨트'로 묶이면서 한 곳의 판세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은 수원에서 최소 2곳 승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수원을(권선)은 18대에 이어 재선 도전에 나선 정미경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백혜련후보에 승리할 것을 점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내리 5선을 한 수원병(팔달)은 지역 토박이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후보의 출마로 '해 볼만한 지역'이 된 수원정(영통) 중 한 곳은 승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두 곳 이상 승리를 바라고 있다. 당의 거물인 손학규(수원병) 후보와 수원을에 출마한 검사 출신 백혜련(수원을) 후보, 뉴스 앵커 출신 박광온(수원정) 후보가 '인물론'으로 승부한다면 한 곳 정도는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 與, 호남 교두보 확보할까
전남 순천·곡성은 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지만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여당 후보로 고향(곡성)에 출마해 선전하고 있다. '이정현의 반전'이 일어날지 관심거리다.
현재 '노무현의 남자'인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와 이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통합진보당 이성수 후보,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구희승 후보까지 가세해 야권표 분열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지난 주말을 전후로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급 거물들을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 매일 투입하고 있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다면, 새누리당은 경쟁 정당의 텃밭에 처음으로 발을 딛는다. 새누리당은 14대 총선(1992년) 때 전북에 황인성·양창식 의원(당시 민자당)을, 15대 총선에선 강현욱(당시 신한국당) 의원을 당선시켰지만, 전남 지역에선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
◆ 유병언 죽음, 돌발 변수?
선거 중반에 터진 '유병언 변수'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발견을 '악재'로 우려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정권 심판론에 불씨를 지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검찰과 경찰을 질타하면서 이번 사태의 불똥이 정부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이 발견된 2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한민국 경찰은 40일이 넘도록 시체가 누구 것인지 제대로 확인조차 못해 잘못이 있다"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가 무능한 것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정부의 무능이 아니라 경찰의 무능"이라며 잘라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검·경의 무능을 정부책임론으로 연결 짓는 데 집중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신 발견 40여일 동안 정황증거가 묵혀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과 경찰의 무능함, 세월호 참사로 드러나는 국가기관의 무능함에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4·24 동지, 김무성-안철수 시험 무대
이번 재보선은 4·24 재보선 동기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 시험 무대다.
약 1년이 흐른 지금 김 대표는 지난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고, 안 대표는 지난 3월 민주당과의 제3지대 창당방식으로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한 이후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직을 맡아 당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친박 실세인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당 대표로 당선되며 여권 내 정치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전체적으로 승리할 경우 재보선을 이끈 김 대표가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여권 내 입지를 탄탄하게 굳힐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새정치연합이 승리를 거두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안 대표는 공천파동 등으로 흔들리던 리더십을 재구축해 조기전대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김무성 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은 정치 입지 확대가 가능하지만 패한 쪽은 정치 위상에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 대표와 안 공동대표는 여야의 강력한 대권 잠룡이란 점에서 차기 대권 구도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거물 귀환, 여야 권력지형 재편되나
거물들의 귀환 여부도 관건이다. 선거 이후 각 당의 권력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 인사인 나경원(서울 동작을)·임태희(수원 영통) 후보의 생환 여부가 곧 국회의장 선거와 전당대회에 이어 여당내 비주류가 명실상부 부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야권에서는 손학규 후보(수원 팔달)의 당선 여부가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주류에 맞서 개혁을 요구할 수 있는 '거물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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