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의 독립 경영이 절실하다
"경기장 앞에서 김밥을 파는 아줌마도 돈을 버는데, 프로야구를 하면서 돈을 못 버는 유일한 곳이 프로야구 구단이다."
올해 초 프로야구 한 구단 직원이 한 말이다. 처음에는 웃자고 하는 이야기였지만 연일 역대 관중 수 기록을 경신하는 시즌을 보내면서 다시금 그때 이야기를 곱씹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6월 26일 역대 최소 경기인 255경기 만에 시즌 400만 관중(401만6388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야구계는 작년 700만 관중 기록을 넘어 올해 프로야구 800만 관중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연일 가득 찬 야구장의 관중 함성에 묻힌 그 구단 직원의 나지막한 넋두리가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정확한 진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프로야구계는 KBO 이사회의 10구단 창단 유보결정으로 혼란스럽다. 기존 구단 중 과반수가 반대의 견해를 표명하고 있고, 선수협과 야구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대치가 계속된다면 몇 년에 걸쳐 쌓아온 프로야구 흥행몰이에 최대의 위기 상황이다.
프로야구 시장이 점점 성장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1년 최고의 흑자경영을 달성한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에도 120억가량의 모기업 지원이 있었다. 다른 구단들도 매년 100억~300억 원에 달하는 모기업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물론 스포츠마케팅을 연구하는 학계와 야구계에서는 프로야구 운영을 통해 가지는 모기업의 홍보 효과 등 경제적 가치를 따지면 적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프로야구 구단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은 순수한 광고비가 아닌 지원금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300억의 매출을 기준으로 약 70억 원의 관중수익, 30여억 원의 상품판매 수입, 25억 원의 중계권료 수입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나머지 180~170억 원은 대부분 광고수입이다. 넥센타이어가 네이밍 스폰서로 지급한 돈이 연간 40억 원 선인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구단에 광고료 명목으로 내는 비용이 과다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기업은 광고료가 아닌 지원금, 프로야구를 통해 사회 공헌을 하는 것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익구조와 환경에서는 프로야구 구단이 팬들의 소유가 아니라 몇 구단주의 소유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전체 수익 중 51%가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다. 이제 우리도 현재 구단의 수익구조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모기업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팬들의 호주머니에서 가져와야 한다. 팬들에게서 주수입이 들어와야 하고 그래야 팬들에게 프로야구가 돌아간다. 10구단 체제가 만들어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10구단 체제를 만들 수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고 10구단 체제가 만들어져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야구 애호가의 지갑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팬들로부터 수익이 들어온다면 이것은 영구적인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다. 프로야구 구단의 독립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이 이것이다. 대주주인 모기업의 총수에게서 소비자인 팬들에게로 권력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떤 이가 하나의 기업을 창립했다. 그가 피땀 흘려 열심히 노력하였다. 그리고 많은 경영실적을 올려 개인소유의 기업으로 한계가 있어 법인화하고 나아가서는 주식회사로 기업을 상장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지배주주로서 기업을 본인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는 그 기업은 본인 단독 소유물이 아니다. 독립적인 법인체로 주주들의 공동 소유물이요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함께 가야만 하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맡긴 것이라는 사고의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프로야구 30년 동안 매년 수백억씩 내놓으면서 프로야구를 지탱해온 공로는 인정받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성장하였고 국민과 야구 팬들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데 이바지했다. 그렇지만 개인기업에서 주식회사로, 주주들의 기업으로 변신한 것과 같이 이제 프로야구 구단도 변화해야 한다. 사고의 대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프로스포츠 본연의 모습으로 철저히 즐거움을 팔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 성장해야 한다. 진정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구단의 안정된 수익을 위해 구장의 운영권이 지자체에서 장기적으로 구단에게 임대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선수와 팬들에게 더욱 편안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스폰서십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한 수입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2군의 운영권을 다른 기업에 팔고 현재 프로야구가 없는 중소 도시로 프랜차이즈를 옮겨 시장의 확대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미 다양한 아이디어와 많은 연구가 이루어 졌다.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의지가 문제다. 항상 내가 변화하지 하려 노력하지 않고 환경이 조성되면 바꾸겠다는 생각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국민도 냉정하다. 기업과 정부는 알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의 힘! 야구팬의 힘! 그 힘이 발휘되느냐? 아니면 차갑도록 냉정한 등을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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