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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르포] "주말 4만보"...'폭염 속 생사 기로' 코스트코 근로자들

  • 포토 | 2023-08-03 08:03

열화상 카메라 측정 주차장 온도 40도 넘어...주말 4만보 근무
온열질환 사망사고 후 일부 개선, 근무형태는 큰 변화 없어


1일 경기도 하남시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 내부를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했다. 이날은 평일이라 차량이 많지 않고, 가장 무더운 시간대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주차장 곳곳의 온도가 40도를 넘었다. /이새롬 기자
1일 경기도 하남시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 내부를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했다. 이날은 평일이라 차량이 많지 않고, 가장 무더운 시간대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주차장 곳곳의 온도가 40도를 넘었다. /이새롬 기자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본사 앞에서 코스트코 마트노동자들이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고 김동호 씨의 49재 추모집회를 하며 카트에 헌화하고 있다.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본사 앞에서 코스트코 마트노동자들이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고 김동호 씨의 49재 추모집회를 하며 카트에 헌화하고 있다.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카트 관리 노동자로 근무하던 29세 김동호 씨가 폭염 속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코스트코는 여전히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휴게시설에 쪼그려앉는 욕실 의자 대신 리클라이너 의자와 생수 냉장고 등을 비치했지만 근본적 근무 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책 미흡으로 유족 측의 아픔을 더하고 있다.

김 씨의 49재를 나흘 앞둔 2일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지회 직원들과 유족 측은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본사 앞에서 추모집회를 열고 회사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촉구에 나섰다.

고인의 형인 김동준 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이미 예견된 산업재해였고,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켰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눈앞의 이익을 좇는 어리석은 짓보다는 지금도 폭염 속, 어쩌면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경영진들은 즉시 개선하라"며 "당신들이 한 시간만이라도 이 폭염 속에서 직접 일을 해본다면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업무 개선을 호소했다.

김 씨가 작업 중 쓰러져 발견된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 내 모습. 외부 열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곳이다.
김 씨가 작업 중 쓰러져 발견된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 내 모습. 외부 열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곳이다.

앞서 사망한 김 씨는 지난 6월 5일부터 19일까지 카트 및 주차관리 업무에 투입됐다.

해당 주차장이 외부 열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인데다 차량 엔진과 달궈진 차량 표면 열기까지 더해져 체감 온도는 더욱 높다. 김 씨의 사망 사흘 전부터 최고 기온은 각각 32.1도, 33.3도, 35.2도에 달했다. 높은 온도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일을 하다 결국 사고를 당한 것이다.

유족 측은 하남점이 폭염에 대한 대책이 미비했고, 과도한 업무량으로 김 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씨가 사망 이틀 전(6월 17일) 토요일 12시에 출근해 1시간 연장 근무하며 밤 10시까지 4만 3000보, 약 26km를 무거운 철책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작업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이 밝힌 김 씨의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김 씨의 사망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코스트코의 공식 사과는 없었다. 게다가 김 씨의 빈소를 찾은 대표이사가 고인이 지병이 있어 사망한 것으로 호도한 것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코스트코 하남점 5층 주차장은 사방이 뚫려 있어 외부 열기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라, 오전 11시대인데도 33도를 넘어섰다. 취재진이 잠시 주차장에 서 있는 동안 체온이 37도에 달했다.
코스트코 하남점 5층 주차장은 사방이 뚫려 있어 외부 열기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라, 오전 11시대인데도 33도를 넘어섰다. 취재진이 잠시 주차장에 서 있는 동안 체온이 37도에 달했다.

김 씨가 사망한 지 2달 여가 돼 가는 지금,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더팩트> 취재진은 1일 코스트코 하남점을 찾았다. 이날은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올랐는데, 열화상 카메라로 주차장 층별 내부 온도를 측정해 보니 가장 더운 곳은 40도가 넘었다.

이날은 평일이라 차량이 많지 않고, 가장 더울 시간대가 아니었는데도 잠시 서 있거나 조금만 걸어다녀도 금세 열이 나고 땀이 쏟아졌다.

김 씨의 사고 이후 해당 점포에서는 각 층마다 모퉁이에 아이스박스를 비치해 시원한 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김 씨의 사고 이후 해당 점포에서는 각 층마다 모퉁이에 아이스박스를 비치해 시원한 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김 씨의 사고 이후 해당 점포에서는 각 층마다 모퉁이에 아이스박스를 비치해 시원한 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냉풍기가 설치되긴 했으나, 카트가 보이는 대로 운반하는 근로자들의 작업 특성상 오래동안 머물며 찬바람을 쐴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취재진이 카트 정리하는 근로자들에게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하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이후 5층 휴게실을 찾아 일부 근로자들로부터 달라진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소율 노조 총무부장이 욕실의자가 있었던 기존의 휴게실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리클라이너 의자 2대와 생수 냉장고 등이 설치됐다. 휴게 공간 일부에 적재돼있던 상품들 역시 치워졌다.
이소율 노조 총무부장이 욕실의자가 있었던 기존의 휴게실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리클라이너 의자 2대와 생수 냉장고 등이 설치됐다. 휴게 공간 일부에 적재돼있던 상품들 역시 치워졌다.

이 총무부장이 2일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본사 앞에서 열린 김 씨의 추모집회에 참석해 앞서 유족 측이 공개한 휴게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고인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이 총무부장이 2일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본사 앞에서 열린 김 씨의 추모집회에 참석해 앞서 유족 측이 공개한 휴게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고인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한 근로자는 "(김 씨) 사고 당일 같이 근무한 사람들은 휴직에 들어갔고, 지금은 분위기가 괜찮다"며 "최근에는 출근하면 매니저가 근로자들의 컨디션을 물어보며 체크한다"고 말했다.

휴게실 역시 외형적으로는 개선된 상태였다. 기존에 등받이 의자 1개, 쪼그려 앉는 욕실의자 4개가 있던 것과 달리 리클라이너 의자 2대와 생수 냉장고 등이 설치됐다. 휴게 공간 일부에 적재돼 있던 상품들 역시 치워졌다.

1일 오후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한 직원이 승강기로 카트를 정리해 나르고 있다.
1일 오후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한 직원이 승강기로 카트를 정리해 나르고 있다.

하지만 근무형태는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근로자는 "평일에는 2만 5000보에서 3만 보, 주말에는 여전히 4만 보 넘게 걷는다"며 에어컨 추가 설치에 대해서도 "사실 (주차장이) 뚫려있어서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트코 취업규칙에서 안전을 위해 한번에 카트 6대 이상 끌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상의 대수를 끌면 그만큼 좀 더 빠르게 정리해 덜 걸을 수 있다. 6대씩 옮기게 되면 더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이 5~10분여 휴게실을 방문한 사이에도 상급 관리직원이 들어와 "직원들 쉬는데 방해하지 말아달라"며 채근했다. 이에 잠시 휴식을 취하던 근로자들 대부분이 자리를 떠났다.

휴식을 마친 한 근로자가 얼음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테이블에 카트를 끌기 위한 스트랩과 무전기, 생수 등이 보이고 있다.
휴식을 마친 한 근로자가 얼음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테이블에 카트를 끌기 위한 스트랩과 무전기, 생수 등이 보이고 있다.

박건희 마트노조 코스트코 지회장은 인원 충원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남점과 비슷한 매출을 기록하는 상봉점과 비교해봤을 때 주차장 4개층을 가진 상봉점은 노동자가 17명이었지만, 5층인 하남점은 11명이 관리했다"며 "그 사이 시즈널(7,8,9월 단기 아르바이트)을 채용해 17명으로 맞춰놨다. 이후 추가 인원을 뽑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밝혔다.

코스트코는 단기아르바이트를 시즈널(Seasonal)직원이라고 부른다.

이소율 노조 총무부장도 "'언론사에 대응하지 마라, 책임질 수 없는 발언 하지 라' 등 회사의 지침이 내려와 대부분의 직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회사의 대응이) 안정적인 휴게공간, '이렇게 해놨어'라는 퍼포먼스 정도인 것 같다. 매장마다 시즈널 채용 인원도 6명, 4명 각각 다르다. 과연 이들이 계속 지원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회사 측의 개선 노력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박건희 코스트코 지회장과 이소율 총무부장, 공경훈 부지회장(오른쪽부터)이 1일 코스트코 하남점 내 주차장 카트 앞에서 등을 보이며 서 있다. 이들의 등에는 지난 6월 사망한 김 씨를 추모하며 회사의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 등 책임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박건희 코스트코 지회장과 이소율 총무부장, 공경훈 부지회장(오른쪽부터)이 1일 코스트코 하남점 내 주차장 카트 앞에서 등을 보이며 서 있다. 이들의 등에는 지난 6월 사망한 김 씨를 추모하며 회사의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 등 책임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날 해당 점포를 이용한 김성래(32) 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더라"며 "집 앞이라 이용하긴 하는데, (사망 노동자) 보상 똑바로 안 하면 여기를 굳이 이용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박 모 씨 역시 "장을 요긴하게 보긴 하지만, (여길) 그만와야 하나 고민이 됐었다"면서 "오늘 와서 보니까 주차장이 너무 덥다. 가신 분은 안타깝지만 그 계기로 지금 일하시는 분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스트코 마트노동자들이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본사 앞에서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고 김동호 씨의 49재 추모집회를 하며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바닥에는 사측이 제공했다가 일부 참가자들이 내던진 생수가 놓여 있다.
코스트코 마트노동자들이 2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본사 앞에서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고 김동호 씨의 49재 추모집회를 하며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바닥에는 사측이 제공했다가 일부 참가자들이 내던진 생수가 놓여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코스트코 마트노동자들이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내부 에스컬레이터에는 마트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코스트코 마트노동자들이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내부 에스컬레이터에는 마트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번 사고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장관은 1일 폭염 대응 긴급 지방관서장 회의에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 대형 물류센터, 유통업체 등의 온열질환 예방대책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작업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감독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사업주가 온열질환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중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김동호 씨의 형 동준 씨가 본사 앞에서 고인을 기리며 카트에 헌화하고 있다. 김 씨는
고 김동호 씨의 형 동준 씨가 본사 앞에서 고인을 기리며 카트에 헌화하고 있다. 김 씨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어리석은 짓보다는 지금도 폭염 속, 어쩌면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는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경영진들은 즉시 개선하라"고 말했다.

코스트코에서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고 김동호 씨가 사망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사측은 여전히 사과가 없다. 본사 입구에는 고인을 기리는 카트만이 덩그라니 멈춰섰다.
코스트코에서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고 김동호 씨가 사망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사측은 여전히 사과가 없다. 본사 입구에는 고인을 기리는 카트만이 덩그라니 멈춰섰다.

한편, 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전날 경북 영천과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을 합치면 올해 들어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7명)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살인적 폭염'으로 인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산업 현장에 대한 안전지침과 예방지침 준수, 미준수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강력한 집행 등이 더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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