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장애인의 날 특집 기획 '장애인 이동권 투쟁' 조명
[더팩트ㅣ이동률 기자]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최근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장연의 시위는 '바쁜 출근시간대에 시민을 볼모로 잡은 무리한 시위'라는 비판과 함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이동권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엇갈리며 논란이 격화됐다.
특히 이를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고 시위를 한다"며 비판의 글을 올려 장애인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예전에 비해 장애인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지하철을 비롯한 장애인 콜택시 등 장애인을 위한 대중교통 수단은 완전하지 못하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힘든 부분이 더러 있다. 엘레베이터가 대부분의 지하철역에 설치 됐어도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갈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지하철역은 지하철 승강장까지는 엘레베이터가 설치가 되질 않아 승강장에서 엘레베이터가 설치된 다른 역까지 이동해서 환승을 하는 이른바 '엘레베이터 환승'을 해야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게다가 역마다 한 대씩 있는 엘레베이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엘레베이터가 작동하는 다른 역으로 이동해 이동 경로를 다시 생각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지하철역 엘레베이터 설치와 더불어 '1역사 1동선'완비를 요구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장애인 A씨는 "신설 노선은 그래도 괜찮지만 완공된 지 20년이 넘은 일부 노선들은 공사 당시 장애인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이런 구조적인 결함이 생긴것 같다" 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장애인을 위해 다시 엘레베이터를 승강장에 설치를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것으로 예상되니 그 전에 엘레베이터의 위치라도 잘 나타낼 수 있는 표지판을 좀 더 설치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개선 부분을 덧붙였다.
지하철역에는 장애인들이 엘레베이터를 이용하기 힘든 상황에 대비해 계단에 휠체어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그렇다면 지하철역 엘레베이터 대신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는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할까?
이에 대한 질문에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중인 최용기 소장은 리프트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위험한 기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레베이터 대신 리프트를 이용하려면 장애인들은 목숨을 걸고 타야합니다. 리프트가 설치된 곳은 대부분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자리에서 바로 죽는다고 봐야한다"고 리프트의 위험성에 대해 말했다.
많은 장애인들이 리프트를 타는 것은 목숨을 건 '공중곡예'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차라리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으면 않았지 리프트를 탈 생각이 없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하철역에 휠체어용 리프트 설치를 시작한 1988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본격화된 것도 오이도역 리프트 사망 사고때문이다.
실제로 최용기 소장은 집과 직장 바로 앞에 지하철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찔한 경사도를 자랑하는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 때문에 지하철 대신 장애인 콜택시만을 주로 이용한다고 밝혔다.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장애인 콜택시는 기본 요금이 1500원으로 일반 시내버스 요금의 3배가 넘지 않는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해 장거리 이동에도 요금적인 부담이 일반 택시에 비하면 덜한 편이다. 특히 지하철보다는 유동적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위험성도 훨씬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배차 시간이 정확하지 않고 출퇴근 시간대와 같은 특정 시간대에는 이용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최 소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리는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은평센터에서 여의도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이동했다.
추모제는 오후 4시에 열리지만 최 소장은 오후 2시 10분 경에 콜택시를 호출했다. 배차 시간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콜택시는 50분이 지난 오후 3시에나 배차가 됐다.
하지만 이 정도 배차 간격은 무난한 편이다. 최 소장은 "출 퇴근 시간에는 1~2시간이 우습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요. 가끔 배차를 빨리 받아 약속시간보다 한참 전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늦게 도착하는 것보다는 빨리 배차되는 게 훨씬 좋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날 최 소장은 추모제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기로 예정됐었지만 예상보다 콜택시가 빨리 배차되는 바람에 마무리 발언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은평 사무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배차된 콜택시를 타지 않는다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묵묵히 추모제 현장을 떠나야했다.
20년 가까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해온 최 소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과 여건이 과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 했다.
최 소장은 "과거 2001년 일본에 갔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장애인이 언제 탑승했으며 몇 호차에 탔는지 세세하게 관리를 해 우리나라와 차이를 많이 느꼈다. 시민들 역시 장애인을 위한 엘레베이터가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던 점이 부러웠다"고 해외 사례를 덧붙여 이야기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20일 현재 많은 장애인들은 그동안 투쟁해온 이동권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장애인은 "대한민국이 문화강국, 경제강국이 된만큼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도 선진국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개인적인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장애인 여러분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조치가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승강장까지 안전하게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 '1역사 1동선' 완비"라며 "서울의 320여 개 지하철역 중 94% 가까이 1역사 1동선이 확보됐고, 2024년까지 100% 설치할 예정"이라고 현재의 불편한 시스템을 개선할 의지를 내비쳤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새로운 정부 출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투쟁을 계속 이어온 장애인들과 새 정부가 빠른 시일 안에 원만한 협의를 통해 더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장애인 이동권' 으로 고통을 받지 않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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