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야생동물 '파수꾼' 서울시야생동물센터의 공존 노력 현장
[더팩트ㅣ임영무 기자] 우리가 사는 서울 도심에는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함께 살아간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참새, 까치 등을 비롯해 너구리, 고라니, 족제비, 박쥐,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솔부엉이, 소쩍새 등 수십종의 포유류와 조류들이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도심의 개발로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야생동물들은 각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편의로 만들어 놓은 시설물은 야생동물에게 큰 위협이 된다.
유리로 된 고층 빌딩과 투명 방음벽은 조류들의 잦은 충돌사고를 야기한다. 먹이를 찾아 다니다 고속도로까지 내려온 고라니와 너구리는 로드킬의 희생양이 된다. 또한 도심 야산에서 어미를 잃고 헤매는 새끼들은 사람들의 손길 없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세워진 '서울시야생동물센터'는 야생동물들의 구조와 치료, 재활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할 수 있는 야생동물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야생동물은 우리 이웃, 바이러스 전파자 아냐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 박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감염 경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서 발병했던 메르스, 사스등의 바이러스도 야생동물이 숙주로 지목됐다.
정확한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야생동물의 삶에 침범하지 않았더라면 바이러스의 확산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특히 야생동물을 섭취하는 야만적 행태가 바이러스의 주 원인이라는 설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어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야생동물은 인간의 먹이가 아닌 함께 공존해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존의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연성찬 센터장(서울대 수의대 교수)은 "질병 전파에 있어 (야생동물에게)책임론이 대두되고 있고 동물들의 의해 전파될 가능성은 없지는 않지만 동물로 인해 사람들에게 질병이 퍼진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전염병의 원인과 결과를 야생동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질병이 야생동물로 부터 발병했다 하더라고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역 관리 체계 준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작은 생명들 하나하나 소중해
센터로 구조돼 온 동물들은 부상정도는 때론 심각했다. 충돌로 한쪽 눈을 잃게 된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차량 충돌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고라니, 날개 부상으로 날지 못하는 새, 개선충에 감염돼 털이 심하게 빠진 너구리 등은 사람을 보며 잔뜩 겁먹은 모습이었다.
김성태 재활관리사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빨리 치료해서 자연으로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야생동물이라는 특성상 애완 동물처럼 애정을 줄 수 없는 현실도 지적했다. 김태훈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은 애완동물이 아니다. 야생성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재활 치료도 중요하지만 자연으로 돌아가 원래 삶을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지난해 1,054건의 야생동물을 구조했고 그 중 316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이유진 재활관리사는 "재활을 도우며 정이 많이 든 아이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 벅찬 감동마져 느껴진다"며 소감을 밝혔다.
하민종 수의사는 "야생동물은 애완동물과 달라 재활이 불가능한 경우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택한다. 많은 고민끝에 야생 적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무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선택지를 택하게 된다"며 야생동물 치료, 재활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야생동물들이 구조되고 있다. 그만큼 삶의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자연과 야생 동물 그리고 인간의 공존은 인류의 숙명이다. 자연 안에서 사람과 야생동물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지켜 나갈때 세상은 더욱 더 아름답게 유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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