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1주년…그 길을 함께 한 '영화의 상징' 충무로 '조명'
[더팩트ㅣ이덕인 기자] "이 트로피를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보수적으로 알려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92년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이미 봉 감독은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또, 봉 감독의 업적은 101주년을 맞은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신(Scene)으로 기록되며 영화인을 꿈꾸는 후배들의 앞길에 환한 빛을 비추었다.
1919년 10월 27일 서울 종로 단성사에서 상영한 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한국영화는 101년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101년 영화사의 배경 중심에는 '충무로'가 있었다. 충무로역과 을지로3가역을 잇는 거리를 지칭하는 충무로는 한국영화의 상징이자 고향 같은 곳이다. 현재도 '충무로의 스타 배우', '충무로를 장악한 감독' 등 매체에서 자주 쓰이며 '영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지명이 됐다.
'영화의 거리' 충무로의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한국영화 101주년을 맞아 '한국영화의 고향'과 같은 충무로에서 영화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거 충무로와 종로 일대에는 단성사를 비롯해 명보극장, 극도극장, 스카라극장, 피카디리, 서울극장, 대한극장 등에서 영화를 상영했지만, 현재는 서울극장과 대한극장, 피카디리(CGV) 정도만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취재진은 충무로를 지키고 있는 영화인들을 찾던 중 허리우드극장으로 불리던 '실버영화관'에서 50년 경력의 영사기사 최치환 씨를 만났다.
14살에 처음 영사기를 만졌다던 최 기사는 어두운 영사실에서 나와 밝은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 그는 필름 돌아가는 소리에 반해 시골 단관 영화관에서 기술을 배웠고, 관련 장비도 모으며 영사기사의 길을 꾸준히 이어갔다.
최 기사가 한창 영사일을 배우던 1970년대는 TV의 보급과 유신정권의 검열로 영화시장은 침체기를 겪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그는 필름을 놓지 않았다. 지방에서 처음 시작해 충무로 일대 여러 단관에서 일한 그의 최종 정착지는 노인들을 위한 '실버영화관'이었다. 그곳에서 필름이 아닌 노트북을 이용해 영화를 상영하며 충무로를 지키고 있다.
충무로는 극장과 함께 영화사, 현상소, 인쇄소 등도 번성했다. 1990년대 많은 영화사가 돈과 유행에 민감한 강남 지역으로 둥지를 옮겼고, 필름 현상소들은 디지털화된 영화산업으로 인해 충무로에서 사라졌다. 영화 포스터 작업이 넘쳤던 충무로 인쇄소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다양한 분야의 인쇄업을 통해 제2의 충무로 시대를 이끌고 있다.
최근 영화 '감쪽같은 그녀'를 기획한 김익상 제작자 겸 서일대교수는 "서울의 중심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기듯이, 영화는 첨단유행과 패션을 쫓는 사업으로 지역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며 충무로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어 '블라인드', '아랑' 등을 연출한 안상훈 감독은 "돈이 있는 곳에 영화가 있다"며 "영화인들은 강남을 비롯해 상암, 일산 등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다. 한편 충무로의 인쇄소들은 산업의 디지털화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을 거 같다"고 전망했다.
누군가는 충무로와 영화를 빗대어 '붕어 없는 붕어빵'이라 말한다. 현재 충무로에는 필름 돌아가는 소리도, 영화 포스터를 실은 오토바이도, 프로필을 찍기 위해 사진관을 찾는 배우지망생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충무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화'인 건 확실하다. 과거 충무로를 누빈 영화인들의 저력이 100년간 차곡차곡 쌓인 결실이라고 해도 무관하다. 충무로가 낳은 한국영화와 수많은 영화인들의 활약이 펼쳐질 앞으로의 100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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