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유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 '삭발'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옛 조상들은 신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니 훼손하면 안 되고, 그 일부인 머리카락 역시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머리를 길게 길러 상투를 틀었다. 그리고 후에 단발령이 시행됐을 때는 전국적으로 의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교 사상이 깊게 박힌 우리에게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머리를 빡빡 미는 '삭발'의 행위는 '불효'까지 하면서도 저항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보여준다.
그런 투쟁의 수단 삭발이 2019년 9월, 국회에 유행처럼 번졌다. 바로 조국 법무부 장관 때문이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명 후 조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과 가족의 펀드 투자 의혹 등이 제기됐고,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며 조 장관이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인사청문회가 끝나기 직전 장관의 부인이 소환없이 기소되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 당시 후보자가 지명 한 달 만인 지난 9일 제66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청와대의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취임 다음 날인 10일 오전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국회에서 삭발하겠다 선언한다. 바로 9월 삭발 릴레이의 첫 시작이다. 여성 의원의 첫 삭발, 그것도 과감히 머리 중앙 부분부터 밀어버리는 모습은 뉴스를 뜨겁게 달궜다. 이어 다음날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당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릴레이 삭발에 나선다.
두 여성 의원이 삭발식을 했다. 여성만 내세운다는 비판 속에 황교안 대표가 16일 '헌정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로서 그것도 청와대 앞에서 삭발에 나섰다. 황 대표의 삭발식 이후 삭발은 한국당 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17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강효상 의원이 삭발에 동참했고, 18일에는 중진 이주영 국회 부의장과 심재철 의원이 청와대 앞에서 머리를 깎았다. 19일에는 김석기, 송석준, 이만희, 장석춘, 최교일 의원 등 초선 의원 5명이 함께했다. 그리고 20일 이헌승 의원이 부산에서 마지막으로 삭발에 동참했다. 이헌승 의원을 끝으로 더 이상의 화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반 조국 연대의 릴레이 삭발 운동은 잠정적으로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밀어서 조국 해제' 합시다! 조국 장관 반대를 외치며 11일간 릴레이 삭발에 동참한 이들의 모습을 <더팩트>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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