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이어진 신시장과 구시장 갈등...풀어야할 숙제
[더팩트ㅣ이동률 기자] "아~ 왈러, 왈러~ 와리와리와리~"
모두가 잠든 새벽, 양초와 전등 몇개에 의지하며 하루를 보낸 구 시장은 깊은 잠이 들었다. 바로 옆 신시장은 낮인지 새벽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눈과 귀를 사로 잡는다. "아~ 왈러 왈러", "와리 와리와리와리"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가 시장을 가득 채운다. 이 이상한 소리에 어리둥절한 취재진을 뒤로 하고 숫자가 표시된 모자를 쓴 사람들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인다. 소리가 울려퍼지자 손동작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소리와 손가락이 하모니를 만들었다. 노량진 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구 시장과 수협 측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쳐 흐르고 있다.
퇴근 시간 이후 북적였던 시장은 잠시 한산해졌다. 가격 흥정으로 시끌시끌하던 횟집도, 지인들과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던 식당들도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시장도 마침표를 찍은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장은 금새 활기를 찾았다. 마침표 아닌 쉼표를 찍은 시장은 다시 북적였다. 어느새 시장은 모자를 쓴 중도매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북적였다. 산지에서 활어차도 속속 도착했다. 갓 잡아 올려진 해산물들은 작은 수조에 담겨 제 몸 값을 받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 수산시장 경매가 시작됐다.
'속사포 랩'처럼 내 뱉는 경매사의 소리에 중도매인들의 눈이 반짝인다. 경매사들의 추임새에는 상품의 종류와 가격, 산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입찰에 참여한 중도매인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수기로 가격을 제시한다. 이런 경매 과정을 통해 낙착된 물건은 중도매인들의 이름이 달려 경매가 끝나면 금새 사라진다.
수도권 거래량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노량진수산시장은 하루 거래 수산물 물량만 300t에 달하고, 일평균 3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유통량이 많은 만큼 노량진수산시장은 경매 또한 대규모로 진행된다. 경매는 0시부터 시작해 해가 완전히 뜬 오전 6시까지 진행되고 새벽 4시경 절정을 이룬다. 이때 펼쳐지는 경매사들과 경매 입찰에 참여한 중도매인들의 고성은 마치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1927년 서울 시내 최초의 수산물 전문 도매시장은 서울역 옆 의주로에 문을 열었다. 이후 1971년 부터 지금의 노량진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대한민국 최대 수산시장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2002년에는 수협이 시장을 인수해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유통과 문화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대표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재탄생했다.
대한민국 대표 수산시장이라는 명예 뒤에는 봉합되지 않은 갈등이 남아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신시장과 구 시장의 갈등은 3년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 사업의 아픈 모습 중 하나다. 수협측은 구 시장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와 위생 관리 어려움을 들어 시장 상인들에게 신시장으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 시장 상인들은 신시장의 높은 임대료와 영업 조건 악화등을 들며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후 수협 측은 구 시장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를 취했고 양측의 갈등은 현재 극에 달했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상인들은 구 시장 신시장을 둘러싼 오랜 갈등을 해결하고 함께 손님을 맞을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노량진 수산시장, 갈등의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구 시장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돼 활기 넘치는 노량진수산시장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fedaikin@tf.co.kr
사진영상기획부 photo@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