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위협 쓰레기 배출...도시 농촌 산 바다 모두 폐기물 '몸살'
[더팩트ㅣ이덕인 기자] 최근 한 폐기물 재활용 관련업체가 필리핀에 쓰레기를 불법 수출했다가 지난 2월 3일 국내로 재반입돼 나라 망신을 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처리와 환경오염 문제는 거대한 이슈 도마 위에 있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류가 오랜 기간 쓰레기를 배출했음에도 지구의 자정능력 덕분에 간신히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무분별한 자원 소비와 쓰레기 배출로 인해 그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오염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잘 썼으면 잘 치우는 게 인지상정. 현실은 우리가 생활하는 도심 곳곳과 지방 하천, 산과 들에 상상 이상으로 많은 양의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하나 둘 쌓인 쓰레기더미가 차량 통행을 방해하고 거리에 가득한 악취는 시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불이 잘 붙는 폐기물이 도시가스관을 덮고 있는가 하면 소화전은 쓰레기 속에 묻혀 위급상황시 찾기 어려운 상태로 방치된 곳도 많다. 지난달 <더팩트> 취재진은 인천의 한 바닷가에서 갈매기가 쓰레기를 건져올리는 장면을 취재했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갈매기가 건져올리는 장면이야말로 바로 우리 환경오염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용산구 일대에서 배수구를 청소하던 구청 관계자는 "(배수구에 쌓인) 낙엽을 청소하러 왔는데, 오히려 담배꽁초를 비롯한 쓰레기들이 넘치고 있다"며 "배수구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인천광역시 중구 중산동에서 만난 한 토지 소유주는 "여기가 우리 땅인데 누군가 쓰레기를 몰래 버린다. 농사하려고 씨를 뿌렸는데, 그 위에 쓰레기가 있어 밖으로 치우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법 투기에 피해를 본 그들도 해당 쓰레기를 자비로 처리하기 억울한 마음에 불법 소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불법이 불법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곳은 더 심했다. 대형 마트 뒤 한적한 거리에 카트들이 버려져 있고 버스정류장 뒤 벌판, 하천부지, 심지어 씨를 뿌려놓은 텃밭에도 비양심적인 사람들의 불법 쓰레기 투기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 CNN에서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현실이라고 소개된 경상북도 의성군 쓰레기산의 모습은 처참했다. 쓰레기산 일대에서 농사를 하던 주민은 "우리가 악취와 소음 피해 때문에 계속해서 빠른 조치를 요구했지만, 무시당했다. 언론에서 취재 후 사태가 알려지자 이제야 폐기물 처리가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한국환경산업개발'이라는 업체가 들여온 재활용 폐기물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업체는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은 채 방치했고 결국 약 17만 4,000톤의 거대한 쓰레기 산을 만든 것이다. 이후 업체는 폐기물을 처리할 자금이 부족했고, 불가피하게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군청은 국비를 포함 총 52억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국내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가 적발돼 되돌아온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필리핀을 '쓰레기통' 삼았다는 오명을 가져다주고 있다.
평택에 위치한 해당 업체를 직접 찾아가 보니 내부에는 각종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관리인은 없었다. 관련 업체 대표들이 입건되긴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결국 환경부가 나서서 문제의 불법 쓰레기를 폐기물 관리법상 '방치 폐기물' 처리 절차에 따라 소각 등의 방법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사이 북태평양 한가운데에는 한반도 면적 7배 너비의 해수면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해류를 타고 떠다니는 이 쓰레기는 전체 8만 톤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중 90%가 플라스틱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30년에는 2016년보다 약 2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플라스틱과 비닐 등은 분해되는데 50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해양생물의 생존은 물론 인간에게 잠재적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된 환경사진가 크리스 조던의 개인전을 찾았다. 그가 8년 동안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을 오가며 촬영한 알바트로스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알바트로스는 가장 높고 오래 나는 새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사진전 속에 담긴 알바트로스는 플라스틱을 방치한 인류에 의해 처참히 죽어 있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를 타고 새들의 먹이로 변하게 된 것이다.
환경오염의 주범에 폐기물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의 숨통을 조이는 미세먼지와 황사를 비롯해 폭염, 화재, 방사능, 매연, 악취, 소음 등도 큰 영향을 끼친다. 다양한 종류의 환경오염 요인들이 더 촉진될수록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생활 환경은 위협받는다.
지금 당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원하는 건 욕심이다. 하지만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고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실천해 나간다면 수 년 뒤에는 더 건강해진 지구의 품 안에서 숨 쉴 수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가 버리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가 지구 반대편 알바트로스 한 마리의 목숨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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