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과 안전진단 협의 '난관'...하루하루가 '공포'
[더팩트|인천=이선화 기자]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도 내가 살아있구나 싶지..."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의 한탄. 그가 사는 곳은 국내 최장 해저터널의 지상 부분으로 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 소재의 삼두 아파트다. 그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취재진이 지난달 27일 직접 찾은 인천 삼두 아파트의 상태는 심각했다. 지상 도로와 주차장에 큰 균열이 보였고 벽에 손가락 두세 개가 들어갈 정도의 금이 갈라져 있었다. 건물도 뒤틀려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건물이 틀어져 가스배관에서 누출 사고까지 일어났고 현관 화단이 내려 앉아 주차장보다 낮아져 비가 오면 물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아래를 지나가는 지하 터널을 균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015년 12월 이후 2700회에 달하는 발파 공사로 이런 현상이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조기운 인천 삼두1차 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1987년 완공한 우리 아파트는 터널 바로 위에 있고 1년 후 지은 삼두 2차 아파트는 터널에서 150m 떨어져 있는데, 우리 아파트만 땅이 꺼지고 (벽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터널) 공사 전까지 우리 아파트는 안전진단등급 ‘A’등급이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화단은 지반 침하로 인해 한 뼘가량 주저앉았다. 바닷물이 침투한 땅은 비가 오지 않아도 축축했으며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생긴 경비실 지붕의 틈새는 날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졌다. 이제는 나무토막과 솜이불로 막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최근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의 경우도 계속되는 균열이 원인이다. 1동에 사는 한 주민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가스 냄새가 심하게 났다. 윗집에 올라가 (냄새를) 확인하고 나서야 우리 집 배관이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해당 가스 배관은 전부 교체됐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도 진행중인 지반 침하와 균열로 인해 또 다른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삼두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중앙장로교회를 찾았다. 견고한 외관과 다르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수십 개의 균열이 눈앞에 나타났다. 표면만 깨진 얕은 틈새부터 내부가 보일 정도로 깊은 구멍까지 크기도 다양했다. 가장 긴 균열은 문에서부터 시작해 천장, 반대쪽 벽까지 쭉 이어졌고 바닥을 두 동강으로 나눠 버렸다. 흡사 만화가가 그려놓은 '폐가' 같았다.
"제가 신기한 거 보여드릴게요."
생수통을 들고 온 교회의 한 집사는 신기한 광경을 보여주겠다며 1층 복도 중간으로 걸어갔다. 물이 가득 든 생수통을 바닥에 내려놓자 가만히 멈춰 있어야 할 생수통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메라 방향으로 가속도까지 붙었다. 지반이 평평하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처음엔 이러지 않았어요. 건물이 기우는 것도, 균열이 생긴 것도 전부 (북항)터널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요."
교회를 관리하는 집사의 말은 삼두 1차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 조기운 회장의 주장과 일치한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북항터널이 착공된 이후 이 지역 일대엔 싱크홀 문제가 잦아졌다. 송현동 중앙시장에는 지름 6m, 깊이 5m의 대형 싱크홀이, 송림초교 정문에 지름 15cm 크기의 작은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전 우려 해소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쉽지가 않다. 이와 관련해 인천광역시청 관계자는 "작년부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측과 주민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반 침하와 균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현재 건물의 안전상태만 진단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측은 발파진동은 법적 기준치 이내였고, 아파트에 부착한 지표침하계·건물경사계·균열측정계 계측 결과 공사 전과 후의 수치가 관리 기준을 충족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포스코건설 측은 "비대위 측이 안전 진단 업체를 자의적으로 선정해 공사로 인한 직·간접 피해까지 규명하겠다고 주장했다"면서 안전 진단 시행이 지연되는 것을 비대위 탓으로 돌렸다.
현재 주민들은 포스코건설에 신속한 안전 진단과 그 결과에 따른 보수공사 또는 이주 대책 제시와 함께 그간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포스코건설 등을 상대로 52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오는 13일 예정돼 있으며, 국토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 역시 곧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형사 고소도 준비 중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진행중인 소송 때문에 건물을 수리할 수도 삶의 보금자리를 떠날 수도 없다. 잠결에 벽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균열로 인해 창문이 닫히지 않아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그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공포를 견뎌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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