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개성공단=임영무 기자] 하늘은 파랗고 길가의 코스모스는 하늘거렸습니다. 무엇이 다를까? 간밤의 설렘이 무색할 정도로 개성은 서울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을 앞두고 14일 개성공단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있었습니다. <더팩트> 사진기자인 필자를 포함한 대한민국 풀 기자단 10여명은 남북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공동연락소 개소식 현장을 지켜볼 생각에 셀레는 마음으로 방북길에 올랐습니다.
이날 이른 아침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모인 풀 기자단은 통일부에서 발급한 방북허가서를 받고 파주 남북출입국관리소로 이동했습니다. 자유로를 통해 파주로 향하는 버스 차창 너머로 군사 철책선 철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래,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30여분을 달려 파주 남북출입국관리소에 도착한 뒤 휴대전화를 제출하니 편하던 마음에 갑자기 긴장감이 돕니다. 지난 2015년 10월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에 다녀온 지 3년 만에 북한땅을 다시 밟지만 역시 북한으로 간다는 사실은 긴장되었습니다. 이산가족상봉 취재 당시에는 북한에 2박3일간 체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방북 때와는 달리 큰 긴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방북으로 여유가 생겼나 싶었지만, 돌아보니 아닙니다. 한반도에 조성된 남북 평화 분위기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계기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남측 개소식 참석인원과 기자단 버스는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측 출입국관리소에 도착했습니다.
깨끗하게 관리된 북측 출입국관리소와 그곳에 근무중인 북측 관계자들은 우리가 건네는 인사를 받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과거처럼 엄격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경을 넘는 절차는 꽤 엄숙했습니다. 입국 심사를 대기 중인 남측 인원들의 체온 검사가 이어졌습니다.
"체온 측정은 메르스 때문인가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측 관계자는 "그냥 체온을 재는 것이다" 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아마도 최근 발생한 메르스 환자를 소식을 접한 북한 당국의 조치가 아니었을까 짐작이 되는 부분입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버스는 다시 한적한 개성의 도로를 달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망원렌즈를 통해 보던 북한의 기정동 마을이 눈앞에 들어왔습니다. 마을 가운데에 있는 높은 철탑 꼭대기에는 대형 인공기가 펄럭였고 그 주변으로 낮은 건물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망원렌즈로 바라보던 북한의 마을이 눈앞에 펼쳐지니 비로서 북으로 넘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오른쪽으로는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는 대성동 마을이 보였습니다. 지척의 거리에서 남과 북이 68년간 총부리를 겨누었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탄식이 묻어 나옵니다. 그렇게 북한군 초소를 몇개 지나자 개성공단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2년 7개월 동안 멈춰진 개성공단….
2016년 2월 추운 겨울 문을 닫았던 개성공단은 생각보다 관리가 잘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도로는 잡초 하나 없이 깨끗했고 건물들의 간판들도 멈추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 였습니다. 취재 중 북측의 한 관리자는 공단이 잘 관리된 느낌이 든다는 취재진의 말에 "남북 공동의 재산인데 함부로 할 수 있겠느냐? 잘 관리 하고 있었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북측 사람들도 개성공단의 재개를 우리만큼 바라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교환 하고 서로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계기로 남북은 24시간 365일 연락 체계를 갖췄습니다. 남쪽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북측의 '남북공동련락사무소'는 하나가 되어 이제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로써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남북 평화의 첫 단추가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둘이 하나 되는 그날 차량을 직접 운전해 개성공단을 취재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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