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선화 기자] 지난 4월 광주광역시 남구 방림동 한 건널목 신호등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던 40대 여성 2명이 전선 합선으로 발생한 불꽃에 화상을 입었다. 같은 달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는 강풍에 날아간 공사현장 가림막이 전주와 전선을 덮쳐 700여 세대가 정전이 됐으며, 2016년 5월에는 서울 은평구 한 초등학교 앞 전선에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 전단 물체가 걸린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이 동네가 심하긴 심하지. 보기도 흉하고 위험하기도 하고…"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한 중년의 남성은 뒤엉켜있는 전선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취재하러 다녀온 기자가 봐도 그랬다. 무게를 버티지 못해 기울어진 전주들과 그 위로 묶여있는 케이블, 끊어진 폐전선, 찢어진 위험 표지판들이 푸른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나뭇가지와 뒤엉킨 선들은 흡사 사람을 낚기 위한 대형 거미줄을 연상 시켰다.
젊은이들이 많은 서울 홍대와 신촌,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종로 한옥마을도 비슷했다. 홍대의 한 전주는 주택가 창문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설치돼 있고, 한옥마을의 전선들은 어지럽고 난잡해서 지나가던 외국인이 카메라를 들 정도였다.
구시가지나 주택가 골목은 상황이 더 심했다. 끊어진 전선이 성인 남성의 머리 위를 스치는가 하면, 무게를 버티지 못한 전선이 어린아이 키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있는 곳도 있었다.
이렇게 지상 전주에 널려진 전선, 통신 케이블선 등은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무게를 버티지 못한 전주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서울시는 매년 공중선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2013년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전체 정비율은 4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추정)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거리, 공중에 눈을 의심케 하는 전선 덩어리가 매달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역시나. 정리되지 않은 전선들과 통신 케이블이었다. 그 안엔 인위적으로 끊어진 정리선도 있었다.
강풍이라도 불면 어떻게 될까. 버스나 사다리차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위험하지 않을까? 근처를 걷던 한 아이의 엄마는 "왜 저렇게밖에 관리를 못 하는지 모르겠어요. 안전점검은 하는건지, 사고가 날까 봐 아찔해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후관리가 아닌 근본적인 대책은 없을까? 그것도 쉽지가 않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곳들은 신고를 하면 각 구청을 통해 조사하고 통신사 별로 확인을 해서 정비지시를 한다. 그런데도 이행이 안 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근본 방안보단 빠른 사후처리를 위해 시민들이 나서줄 것을 부탁했다.
걷다 보면 늘 시야를 가리는 검은 전선들, 언제 쓰러질지 몰라 매일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기울어진 전주. 우리는 언제쯤 안전하고 깨끗한 도심의 하늘을 볼 수 있을까?
seonflower@tf.co.kr사진기획부 phot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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