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용민 기자] 오늘은 배구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전 막을 내린 배구 챔프전은 참으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OK저축은행의 황색돌풍이 올해도 이어지며 명가의 재건을 꿈꿨던 현대캐피탈을 누르고 또 다시 우승을 차지했네요. 이땅에 배구가 들어온지 100년을 맞이하는 해에 우승이라 의미는 더 클것 같습니다.
세계축구를 평정하고 있는 메시,네이마르,호날두,루니등등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이 우리나라 리그에서 뛴 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너무 뜬금없는 얘기를 초장부터 풀어 놓는건가요? TV를 통해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아쉽고 부러운건 어쩔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사정상 현실성 제로에 가까운 얘기겠지요. 하지만 프로배구 V리그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배구계의 메시,호날두, 네이마르급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우리나라 V리그에 대거 진출했었죠. OK저축은행 시몬(쿠바)을 비롯해 삼성화재 그로저(독일), 현대캐피탈 오레올(쿠바), 대한항공 모로즈(러시아)등 아시아권에서 월드클래스 배구스타가 즐비한 곳이 우리나라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입니다. 유럽 구단들의 경제 위기와 함께 V리그 구단들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최고 무대인 유럽리그에서도 톱클래스로 인정받은 세계적인 공격수들 입니다. 이 중에서도 OK저축은행 시몬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선수입니다.
챔프전 마지막을 대포알 같은 스파이크로 가름하며 MVP에 등극한 시몬, 한 타점 높은 엄청난 탄력과 파워, 파괴력 넘치는 스파이크 서브, 정확한 타이밍에 의한 탄탄한 블로킹 등 그의 장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군요. 현역 세계 최고의 클래스중 한 명으로 꼽히는 시몬은 OK저축은행에 2연속 우승이라는 크나큰 선물을 안깁니다.
시간을 지난 시즌으로 돌려 볼까요? 지난해 2015년 4월 1일 배구팬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색하고 낯선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만우절날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겁니다. 거의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배구왕조' 자리를 지키던 삼성화재가 신생팀 OK저축은행에 속절없이 무너졌었는데요. 불과 일년 전만 하더라도 꼴찌권을 맴돌던 신생팀이 절대강자를 꺾고 승리하는 장면은 팬들도 그렇지만 배구 관계자들까지도 낯설어 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시몬이 있었습니다.
OK저축은행에서 2015 시즌 새 외국인 선수로 세계적인 센터 시몬의 영입에 성공했을 때 과묵한 성격으로 파이팅이 넘치는 대스타 시몬의 자존심과 초짜 김세진 감독의 용병술이 얼마나 잘 어우러질까?라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세진 감독은 용병의 공격 비중이 절대적인 한국프로배구에서 그를 센터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라이트 공격수로 돌렸는데요. 그의 라이트 변신은 신의 한 수가 됩니다. 물론 김세진감독 특유의 능글능글한 성격도 한 몫 했죠.
아쉽게도 다음 시즌 부터는 시몬을 볼 수가 없게 됩니다. 시몬뿐 아니라 세계적인 배구스타들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습니다. V리그에 '트라이 아웃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이 일방적인 독주를 하는 소위 '몰빵 배구'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의지입니다. 이는 그동안 숱하게 지적돼 온 문제이기도 하죠. 배구 흥행 돌풍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선수들이 떠나면 팬들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시몬은 이미 브라질 리그 팀과 계약을 했고 다른 선수들도 각자 다른 리그와 계약을 맺고 V리그를 떠날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OK저축은행에서는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시몬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엽니다. 외국인 선수를 위해 배려해준 팀과 동료들의 마음씀씀이에 감동 받아 시몬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군요. 깜짝 이벤트가 약발(?)이 먹혔는지 동기부여가 된 시몬은 챔프전서 올시즌 '무적의 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의 2연패 우승을 견인 합니다.
조직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팀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꼴찌팀의 반란을 주도하며 기적의 드라마를 완성했던 시몬, 실력에 인성까지 갖춘 맏형 시몬의 헌신은 세월호 참사로 실의와 비탄에 잠긴 연고지 안산 시민들에게 큰 위안과 희망을 줬었습니다. 그가 떠난 코트의 빈자리가 커 보일수록 팬들은 '시몬스터'의 모습을 그리워 할 것 같습니다.
시몬 너는 아느냐? 너로 인해 팬들이 얼마나 행복했었던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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