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취재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가슴 떨리던 순간도 있었고, 아쉬움에 탄성을 자아내던 순간도 있었다. 사진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현장의 순간은 어땠을까. <더팩트>사진기자들이 한 해를 정리하며 단독 취재 과정에서 느낀 가장 인상적 장면을 선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편집자주>
[더팩트ㅣ문병희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이 연기됐다. 인사청문회부터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아 국회에서 임명동의안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 당초 2월12일에서 16일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연기되면서 이 후보자에게는 며칠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는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할까. 세간의 관심이 쏠린 이 후보자 거취를 <더팩트> 취재진이 추적했다.
◆ 도곡동 자택 나와 거침 없이 강원도로
도곡동 자택에 머물고 있는 이 후보자의 차가 밖으로 나온 건 2월 12일 저녁. 취재진은 누구와 저녁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차량은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했고 다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이 후보자가 탑승한 은색 에쿠스 차량이 중간에 선 곳은 강원도 원주 문막휴게소.
휴게소 한적한 곳에 주차한 차량에서 이 후보자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와 통화하며 휴게소 건물로 들어간 그는 나오면서도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취재진 입장에서는 본인의 복잡한 심경을 누군가에게 토로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휴게소의 짧은 휴식이기도 했지만 <더팩트> 취재진은 이 후보자를 붙잡지 않았다. 임명동의안 표결 연기에 대한 이 후보자의 입장을 듣는 것보다 충청 출신인 그의 강원도 행에서 최종목적지가 궁금했다. 임명동의안 표결까지 주말 포함 며칠의 여유가 있다. 그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렇게 이 후보자의 칩거가 시작됐다.
이완구 후보자의 차량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평창군 도암댐 앞에서 다시 정차했다. 댐 옆으로 난 길로 가려했지만 바리케이드가 설치 돼 있어 진입을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다시 인근 리조트로 이동해 숙소를 알아봤다. 하지만 마땅한 숙소가 없었는지 다시 어디론가 이동하며 취재진과 멀어졌다. 정확한 목적지를 정하고 간 것인지, 정처 없이 일단 서울을 떠나 강원도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 혹독한 강원도 날씨…미끄러지고 빠지고의 연속
취재진은 다음날 도암댐 근처에서 이 후보자가 머물만한 곳 수색(?)에 나섰다. 조그마한 사찰은 물론, 펜션, 호텔 등을 수소문 했지만 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만 하루 동안의 수색은 강원도의 높게 쌓인 눈과 빙판길로 혹독했다. 취재차량은 눈길에 빠져 바퀴가 헛돌기가 수차례, 그리고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길은 두 발로 걷기도 일쑤였다.
이 후보자의 최종 목적지를 찾을 수는 없었다. 칩거하는 곳에서 인터뷰도 하고 더 다양한 사진취재가 이뤄졌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1박2일의 취재를 접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후 취재진은 후속 취재를 통해 강원도 모처에서 칩거 중인란 사실을 확인했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둔 이 후보자는 강원도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총리직이 나중에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 했을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강원도 칩거는 2월14일 <더팩트>를 통해 단독보도(이완구 총리 후보자, 강원도 칩거행 포착...아내와 동행) 됐다. 그리고 3박4일간의 칩거를 마친 이 후보자는 15일 도곡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이후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로 국무총리에 오른 이 후보자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되며 정치자금 비리문제로 짧은 임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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