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11패'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구요? 바로 한국이 역대 전적(국가대표, 청소년 대표 포함) 통틀어 단 1승만 거둔 브라질전 전적입니다. '99년 3월 28일' 이날은 우리가 브라질을 이긴 날입니다.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잊지 못할 정도로 뇌리에 각인이 된 골넣는 명장면이 있습니다. 저도 그순간 다른 취재중에 흥분(?)해서 만세를 부르고 일이 펑크 날 위기를 겪었던 아련한 추억이 있습니다. 영원히 이길수 없을 것 같았던 축구왕국 브라질에게 승리를 거둔 그날, '이심전심'이랄까 퇴근 후 동료들과 가라앉지 않는 흥분과 짜릿함을 술잔에 담아 "대~한민국"을 외쳐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아마도 대한민국 전체가 그날 축구 하나로 행복해하고 흥분했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네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하고 기분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그날의 주인공은 바로 김도훈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입니다.
2015 K리그 개막전이 열린 7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김도훈 감독을 지켜 봤습니다. 대개가 그렇듯 김 감독도 애써 여유를 보이긴 했으나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팬들에게 인사말을 하던 중 미세하게 떨리는 김 감독의 음성에서 긴장감을 넘어 비장함이 느껴진게 저만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팀이고 더구나 올 시즌 강등 예상 후보라는 비아냥을 받는 인천의 감독으로 우여곡절 끝에 선임된 김 감독이기에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는 않았을 듯 합니다.
경기속으로 시선을 돌려 볼까요? 전반전 초반 김도혁이 이천수의 도움을 받아 멋진 골을 성공시키자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들 김 감독에게로 달려 갑니다. 데뷔전을 갖는 신참 감독에게 첫승을 선물하고 픈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뭉클한 분위기가 연출 되었네요. 그러나 지나해 챌린지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상위팀을 연파한 후, 클래식 11위 경남까지 물리치고 클래식으로 승격된 상대팀 광주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였습니다. 먼저 실점을 허용한 광주는 거센 반격을 통해 동점골을 성공 시키며 균형을 맞춥니다.
팽팽한 줄다리기 속 후반 추가 시간에 인천 케빈의 크로스가 광주 수비수 정준연의 자책골로 연결되며 리드를 잡자 인천전용구장에 모인 팬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김도훈 감독의 '첫승'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한껏 고조 됩니다. 김 감독도 승장으로서 마무리를 할 찰라 거짓말 같은 광주의 동점골이 연출이 되는 군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골에 김 감독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 씁쓸한 미소를 보입니다. 바로 눈앞에 놓였던 승리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하고 열도 받고 짜증도 나겠습니다만 축구를 즐기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재미있고 반전이 있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즐긴것에 만족해 할 것 같습니다.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를 통해서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얘기 했습니다. 데뷔전 승리는 놓쳤으나 승리에 대한 갈망과 열정이 있는 김도훈 감독의 첫승 소식은 머지 않아 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팩트 | 인천축구전용구장=최용민 기자 leebea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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