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Re(플) : 저승이일 때는 귀요미, 왕일 땐 또 남성미(and_****)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전설의 고향'에서 보던 저승사자가 아니다. 얼핏 보기에 얼굴은 허옇고 입술은 뻘건 게 비슷하다. 망자 앞에 나타나 가장 먼저 죽음을 알리는 오싹한 임무도 수행한다. 그런데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에서 이동욱이 연기하는 저승사자는 "우리 저승이"로 불리며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국민 저승사자(?)'로 등극했다.
이동욱은 '도깨비'에서 약 300세로 추정되는 저승사자 역을 맡는다. 반사판 없이도 깨끗한 흰 피부, 매번 손등으로 문질러 색조 화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던 빨간 입술 소유자로 이미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상상 속 저승사자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비주얼이다. 캐스팅 소식부터 '딱 이동욱!'이라는 손뼉맞춤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동욱의 연기력,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극과 극을 넘나드는 그만의 반전미가 '저승이 열풍' 중심에 있다. 첫 등장만 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으로 무장, 누군가의 죽음 곁에 머무르며 공포스러운 위압감을 담당했다. 애초에 태어나지 못하는 운명이었던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분)을 뒤쫓는 위치여서 해피 엔딩을 막는 어둠의 축으로 보였다.
그러다가 이게 무슨 일인지 939세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의도치 않은 동거를 시작하면서 고운 정 미운 정을 쌓더니 우정을 넘어 브로맨스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음식에 후추와 고춧가루를 뿌릴 땐 언제냐는 듯 신적인 존재만이 가진 쓸쓸하고 찬란한 고민을 공유하는 절친으로 거듭났다. '깨비X사자'가 함께 뭉치면 능력치도 최대치이지만 웃음을 터뜨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케미' 역시 중독적이다.
저승사자는 600세 차이 나는 도깨비 형 앞에서 승리욕에 불타오르는 남동생 같다가도 아침드라마를 즐기고 도깨비 터에서 손수 집안일을 도맡는 엄마이자 이제는 '조실부모 사고무탁'한 지은탁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삼촌 같은 든든한 지지자가 됐다. 특히 전생 인연으로 얽힌 써니(유인나 분) 앞에서는 카리스마도 내던진 허당 연애 초보로 등장해 순진무구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써니 말 한 마디에 쩔쩔 매면서도 "취미는 써니 씨"라는 연애 고수 멘트로 '여심'을 훅 녹여버렸다.
하지만 저승사자가 마냥 달콤하고 귀엽게만 느껴지던 요즘, 저승사자의 전생이 김신을 죽인 어린 왕 왕여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극은 다시 긴장감을 잔뜩 몰고왔다. 특히 10회 엔딩을 장식한 왕여는 찰나의 등장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해맑게 웃던 이동욱 대신 조금 헝클어진 머리에 외롭고 고독하면서 피폐한 왕의 분위기가 한 장면에 모두 함축됐기 때문이다.
눈빛 하나로 전혀 다른 작품 속 캐릭터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 이 장면은 쉽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겼다. 이를 함께 느낀 누리꾼은 10회가 끝나자마자 "눈빛만 봐도.... 고통을 알겠네요(nari****)" "잘생긴 줄은 알았지만 멋있더라 진심(king****)" "눈빛 하나로 표정 하나로 모든 걸 말해주는 숨멎(soo5****)" "이렇게 반전 퇴폐미 보여주려고 그동안 한없이 귀여웠구나 깨달았음(blue****)" "단 한 컷에 대사도 하나 없이 존재감이 엄청났음(summ****)" "우리 저승이일 때는 귀요미인데 왕일 땐 또 남성미(and_****)" "이동욱 아닌 저승이는 상상이 안 감. 개인적으로 2016년 최고의 캐스팅이었다(zhqh****)" 등 반응을 보였다.
이동욱이 차가운 저승사자, 따뜻한 저승사자 그리고 피폐한 왕여를 오가는 연기를 보면 그의 지난 필모그래피가 펼쳐진다. 가족극부터 달콤하고 설레는 로맨스 '마이걸' '난폭한 로맨스' '풍선껌', 깊이 있고 치명적인 '달콤한 인생' '여인의 향기' '아이언맨' 등 다채롭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던 경험이 '도깨비'를 통해 신나게 발산되고 있다.
이동욱은 저승사자의 대조적인 분위기와 왕여로서 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촬영장에서 많은 연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장면에서 여러 애드리브 아이디어를 내거나 공유와 콩트처럼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기존 저승사자일 때보다 호흡이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등 분명한 차별점을 두려고 한다는 후문이다.
연기냐 묘기냐? 장면마다 바뀌는 이동욱의 반전 연기가 도깨비 방망이보다 신묘한 흥미를 돋우고 있다.
"신의 변덕이 기적이라면, 이동욱의 변덕은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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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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