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가맹점 모집 기준 없어…문구점보다 많은 모텔
[더팩트 I 안동=김은경 기자] 정부가 수천억을 투입해 추진 중인 ‘문화누리카드’ 사업이 지역별 가맹점 모집 기준도 모호하고,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가맹점을 대거 모집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23일 경북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문화누리카드는 지난 2006년 26억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2900억 원대에 이른다.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저소득층의 문화향유 기회를 늘이고 계층 간 문화 격차 완화를 위해 6세 이상의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270만 여명을 대상으로 1인당 연간 11만원을 지원한다.
문화누리카드의 올해 예산 2900억원 가운데 경북지역은 지난해보다 10억 원이 증가한 180억 원이다.
그러나 문화누리카드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가맹점이 대거 모집되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의 경우 인구가 가장 많은 포항시는 310개 가맹점 중 서점이 17%(51개), 숙박시설이 13%(41개)로 가장 많고, 구미시는 191개 가맹점 중 사진관이 15%(29개), 서점이 13%(25개)로 제일 많다, 경산시는 132개의 가맹점 중 서점이 24%(32개), 운동용품점이 13%(17개) 순이다.
또 경북도청 소재지 안동시는 178개의 가맹점 중 숙박시설이 23%(41개)로 가장 많았으며, 영주시도 105개의 가맹점 중 숙박시설이 16%(17개)로 으뜸이다.
이처럼 대도시와 달리 지방도시는 인구소멸 위기 지역인 데다 해당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과 사용처가 한정돼 있어 수천억을 들인 정부 사업이 구색갖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카드지원 대상자인 기초생활수급자 중 60세 이상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또한 20~30%를 차지하고 있어 취약계층들이 거주지에 살면서 주변 숙박시설인 모텔을 이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또 일반적으로 1박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리조트나 호텔 및 캠핑시설 등의 숙박시설을 1인당 연간 11만원의 지원금으로 이용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다.
게다가 6세 이상 아동·청소년들이 문화생활을 위해 이용하는 곳 대부분이 서점이나 문구점, 영화관으로 안동시의 경우 서점은 17개로 9.6%이나 문구점과 영화관은 각각 5곳으로 전체 5.6%에 불과하다.
특히 지방도시의 경우 도심지와 멀리 떨어져 거주하는 취약계층은 카드 사용을 위해 일부러 중심가로 이동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데다 이 또한 문화시설 기반이 열악해 스포츠 경기나 연극 등 관람은 인근 광역시나 가야 접할 수 있다.
카드지원 대상자 A씨는 "연간 11만원을 받지만 사실상 현실과 맞지 않아 전형적인 생생내기식 행정의 표본"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북문화재단 관계자는 "가맹점 모집 기준이 없고, 모텔이 숙박에 해당하며 관광에 속해 가맹점 등록 신청을 하면 승인해줄 수밖에 없다"며 "지방도시 특성상 문화 혜택을 누릴만한 시설 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뚜렷한 대책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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