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시민들, 합의 없는 '박서보예술상' 즉각 폐지 요구
광주비엔날레 재단 "한국미술 진흥과 문화 창달 이바지 목적"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처음 제정된 '박서보예술상'을 두고 지역 예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박서보예술상 폐지를 위한 예술인과 시민모임'은 11일 오전 11시 광주비엔날레 주전시장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비엔날레는 박서보예술상을 즉각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모임은 "광주의 역사성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을 공개 공청회 한 번 없이 개인이 큰 돈을 희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을 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지난해 2월 7일 100만 달러를 기부한 박서보 화백과 후원 협약식을 체결하고 이후 이사회를 거쳐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규칙을 제정했다.
박서보 화백은 직관적 추상화를 한국에 도입한 인물로 1962년부터 1997년까지 홍익대학교 교수 및 대학장을 지냈으며, 1970년대 한국미술가협회 부이사장 및 이사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박 화백의 이런 행보를 두고 미술계 일각에서는 권력에 아부하고 사회문제를 등한시한 권력자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전남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한 작가는 "1980년대 미대를 다닌 박서보 제자들은 학생운동을 한다고 큰 비난을 받았다고 들은 바 있다"며 "광주비엔날레는 5·18 광주정신을 토대로 한 행사인데 재단 측이 좀 더 고민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시민모임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화백은) 1970년대 박정희 유신시절 관변 미술계의 수장으로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외면하고 개인의 출세와 권력 지향 및 영달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중견작가인 홍성민 화가는 "서울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작가들이 문제의식을 드러내 깜짝 놀랐다"며 "평가가 끝난 인물도 아닌데 10억원을 희사했다고 개인 이름으로 상을 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개인 돈으로 상을 주든 말든 상관이 없지만 광주비엔날레 이름을 걸고 준다면 결국 비엔날레 가치만 떨어뜨리고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박서보예술상’의 즉각 폐지를 주장했다.
지역 중견화가인 이상호 화가도 "광주비엔날레 상을 제정하려면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시민상을 만들어도 된다"면서 "시민 후원금으로 현재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되어 있는 오윤 작가 같은 광주정신과 부합하는 인물을 내세워 '오윤상'을 제정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지역 예술계와 시민들의 이런 반응에 광주비엔날레 재단 측은 "2022년 2월 7일 후원 협약식을 체결하고 이사회 과정을 거쳐 3월 29일에 박서보예술상을 제정했다"며 "박서보 화백의 기부가 한국미술의 진흥과 문화 창달에 이바지하는 게 목적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단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없이 이사회 결정만으로 상을 제정한 것을 두고서는 '밀실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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