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개교 고려사범대학 보이찌크 유대인 교수 등 “제자들 버릴 수 없다. 우리도 함께 간다”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1937년 스탈린에 의한 고려인 강제이주 당시 가르치던 제자들을 버릴 수 없다며 강제이주열차를 함께 탄 타 민족 교원들의 얘기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3일 광주고려인마을에 따르면 1931년 개교한 연해주 고려사범대학교는 많은 타 민족 교원들이 함께 교육에 참여했다. 이 중 타 민족 교원 5명은 ‘아끼던 제자들을 차마 버려둘 수 없다’며 자발적으로 강제이주 열차를 탔다.
1937년 9월 10일 고려사범대학교 시당위원회는 학생총회를 개최해 연해주 거주 고려인들의 강제이주 사실을 알렸다. 고려사범대 재학생 역시 25일 강제이주 열차를 타게 된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타 민족 교원 중 5명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우리의 제자다. 우리는 제자들을 버려둘 수 없다. 우리는 너희와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강제 이주에 함께 한 타 민족 교원은 유대인 사범대학장과 러시아어문학박사로 세계문학 및 문학원론을 강의했던 보이찌크 유대인 교수와 그의 아내 러시아어 교수, 수학교수 등 5명이었다. 또한 학교식당에서 일하던 러시아인 처녀도 "나에게 가장 좋은 인상을 준 백성은 고려인이다"며 열차를 함께 탔다.
이들 5인의 이방인들은 가족과 지인들의 간곡한 만류도 뿌리치고 고려인 학생들과 강제이주 열차를 타고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해 끝까지 고려인과 삶을 함께 한 휴먼드라마를 펼쳤다.
고려인문화관에 따르면,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 이전까지 연해주 고려인 거주지에는 380여개의 모국어 학교가 운영되고 있었다.
1928~1933년 사이에 존재했던 고려인 학교 숫자는 일급학교 351개에 학생 수 2만8846명, 공장제조소 7년제 학교는 4개교 976명, 9년제 학교는 4개교 700명, 집단농장 청년학교 21개교 3073명으로 등으로 총 학교 수 380개교에 학생 3만3595명이 교육을 받았다.
1931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 780명 정원에 4개 학부를 둔 고려사범대학이 정식 개교했다. 이는 당대 명실상부한 고려인 최고의 학문기관이자 세계 유일의 우리 민족 사범대학교였다. 또한 이 학교 졸업생들은 교원이나 모국어 신문사기자, 한글 문단의 시인이나 소설가로 일했다.
우리 민족의 남다른 교육열이 그곳 이산의 현장에서도 뜨겁게 타올라 스탈린 소비에트의 강력한 탄압 속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아 우리의 문화와 모국어를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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