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느슨한 내부 시스템 '경고'
감독관의 자의적 판단에 재시공할 판
[더팩트 I 함평=이병석 기자]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담당 공무원의 선을 넘는 엇나간 판단으로 인해 재시공 위기에 처했다.
더욱이 해당 사업은 지자체 공무원이 공사 감독관으로서 설계와 다르게 시공되는 것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바로 잡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전남 함평군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말 경 착공한 해당 사업은 ‘함평천지다리 조성사업’으로, 사업비 4억 9000여만 원을 들여 함평읍 수산봉에서 엑스포공원까지 다리를 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목교 32.4m, 데크로드 55.14m 등 총연장 87.54m 길이로, 부존하는 관광 자원이 열악한 함평군이 관광 시설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이 중 논란이 불거진 지점은 미관과 부식을 고려해 아연 각관으로 시공해야 하는 곡선형 구간인데, 이곳을 설계와는 달리 쉽게 녹이 스는 흑관으로 구조물을 설치해 문제가 불거졌다.
흑관은 아연 각관에 비해 잘 부식되는 성질을 갖고 있어 이 사업은 애초 아연 각관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철 구조물 전문 업체 관계자는 "흑관은 도장 작업을 꼼꼼하게 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부식되기에 아연각관을 (설계에)넣지 않았겠냐?"며 "흑관으로 (다리가)설치됐다면 부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공사를 감독했던 A주무관은 "근교에 아연 각관을 벤딩(구부리는 것)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면서 "국향대전 이전에 공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속도를 내다보니 흑관으로 시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둘러댔다.
그러면서 "흑관 벤딩 후 도장 작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공법이었다"며 "설계 취지에 최대한 부합할 수 있도록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팩트> 취재진이 "쉽게 부식되는 흑관에다 도장 공정만 거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흑관을 벤딩 후 용융 아연 도금만 했더라도 본래 설계 취지에 부합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A주무관은 "사려 깊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앞서 감사에 착수했던 감사팀은 A주무관을 경징계 의견으로 인사위원회에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함평군 감사팀 관계자는 "설계도서와 현장 여건에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했을 시 먼저 결재권자들에게 실정보고를 하고 타당성이 충족되면 설계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한 과정들이 모두 무시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잘못된 시공에 따른 예산 낭비도 문제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보고 체계 등 내부 시스템의 붕괴"라고 경고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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