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I 함평=이병석 기자] 태국인 노동자 퐈(츠렌ㆍ남31)씨가 한국에서 맞는 두 번째 추석이다. 작년에는 모든 게 생경한 탓에 적응하기 힘들어 별 감흥이 없었다.
1년여 전, 출국하기 전에 주위의 전언과 다짐을 통해 마음을 다잡았지만 한국 사회에 섞이기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징병제인 태국의 군필자인 퐈 씨는 군대에 갓 입대한 신병의 심정이라면서 입국 당시 한국에서의 첫날밤을 소환했다.
두려움과 암담함이 뒤섞이던 일상은 수개월 동안 지속됐다. 그러한 일상에서 숨통을 열어준 건 가족들과의 영상통화와 동료들의 근황을 알리는 페북 등 메신저였다.
최근 들어 모국인 태국 동포들이 급격히 늘었다면서 외국인 노동자 중 태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그는 말한다.
"한마을 건너 지근거리에 동포들이 농사일과 식당 일을 하다 보니 심적으로 크게 위안이 된다"며 만면에 웃음을 보인다.
생각과 생활의 여유도 생겼다.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로 대표되는 잘못된 처우도 노동 환경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의 개선으로 많이 나아졌다고 퐈 씨는 전한다.
물론 아직도 저급한 방식으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하대하는 공장주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그들이 아니면 도시와 농촌의 식당 그리고 농사·공사현장 등이 멈출 만큼 영향력이 큰 사회 구성원이 됐다.
인건비도 일부 업종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퐈 씨는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이 정말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업주가 고향의 선배와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해준다며 고마움을 표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돌아왔다. 업주는 며칠 전 가족들과 고향으로 떠났다.
한국 사람들이 추석을 맞아 가족을 보러 가는 들뜬 표정과 객지의 가족을 반기는 모습은 태국에 있는 가족과 고향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
연휴로 인해 번잡했던 일상은 진공상태처럼 변했다. 덩그러니 한국에서 만난 동료와 둘이 남았다.
오후에 옆 마을에서 농사일을 하는 동료들과 만나기로 했다. 타국에서 동포를 만나면 정말 반가울 텐데 일상적으로 서로 통화하기도 하고 메신저를
통해 소식을 나누다 보니 예전의 그런 반가움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영상통화도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게 좋다. 모국의 가족들이 함께 있는 동료들을 보고 마음을 놓으니 말이다.
시장에서 구한 생닭을 구워서 동료들과 모처럼 치맥 파티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여유롭게 누려보는 호사다.
다 떠나고 없는 까닭에 눈치 볼 사람도 없어 큰소리로 호기롭게 노래도 불러본다. 모국의 명절은 아니지만 한국의 추석 풍경에 휩쓸려 가족과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하다.
보름달에 걸치는 구름처럼 자꾸 뇌리에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도 우리처럼 휘영청 밝은 보름달에 소원을 빌었다.
가게 하나 차릴 만큼의 돈을 벌어 모국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사는 게 꿈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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