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민주항쟁' 단어 놓고 팽팽한 의견 대립에 제막식 무기 연기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아무리 동상이라지만 지켜보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포장제로 꽁꽁 싸매 놓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참 안타깝습니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김주열 열사의 동상이 마산바다의 산뜻한 바람 한 점 느끼지 못하고 불볕 아래 덩그러니 서 있다.
이 모습을 본 한 시민은 김 열사 동상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며 언제 빛을 볼 수 있겠냐며 물었다.
창원시와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시비와 도비 1억5000만원을 투입해 올해 초 마산중앙부두 김주열 열사 시신인양지에 김주열 열사의 동상 건립 작업을 진행했다.
김 열사 동상은 기단을 포함해 높이 5m 크기로 제작됐으며, 교복을 입고 가슴에 손을 얹은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당초 오는 30일 제막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건립취지문에 쓰여진 '4.11 민주항쟁' 단어를 놓고 관련 단체의 의견이 대립하면서 무기 연기됐다.
김주열 열사(1944~1960)는 전라북도 남원시 금지면에서 출생했다. 마산상업고등학교(현 용마고등학교) 1학년이던 김 열사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정권의 부정 선거에 항거한 시위에 참가했다 행방불명됐다.
이후 4월 11일 실종 27일만에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 김 열사의 시신이 떠올랐다. 이에 분노한 마산시민들이 다시 거리로 뛰쳐나왔고, 이후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매년 김 열사의 시신이 발견된 4월 11일을 '4.11 민주항쟁'이라 부르며 인양지에서 추모제를 열어 왔다. 이에 김 열사 동상 건립을 추진할 때 건립취지문에 '4.11 민주항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이와 의견을 달리했다. 4월 11일은 김 열사 시신을 인양한 날이지만 정식적으로 공인된 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역사 왜곡'을 조장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창원시는 "관련 단체들의 의견 충돌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서 제막식을 연기했다"며 "명칭 논란은 양측 관련 단체에서 논의 후 결정하기로 했다"는 취지로 입장을 전했다.
현재 김 열사 동상 옆에 세워진 건립취지문에는 실제로 "영원한 민주의 횃불이요 동서화합의 상징인 김주열 열사의 동상을 건립하여 불의에 항거한 3.15, 4.11, 4.19정신을 계승하고자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또한 동상을 감싸고 있는 동상 부조에도 '민주혁명의 표시 4.11 민주항쟁'이라는 명칭이 연혁의 제목에 새겨져 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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