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각에서 색체 이미지 명암 극명하게 갈려 …“도시는 다양성이 생명, 색 집착은 단체장의 컬러 파시즘”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전남 지자체들의 컬러 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첫 문을 연 장성군은 2014년부터 ‘엘로우 시티 장성’을 슬로건으로 노란 장성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안군도 최근 보라색을 중심으로 한 ‘퍼블 섬 신안’ 컬러 마케팅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곡성군도 ‘핑크’ 컬러를 주조색으로 읍내 시가지를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의 일부 도시들에서도 컬러 마케팅의 사례는 많다. 모로코 쉐프샤우엔 지역의 ‘파란 골목길’, 뉴욕시의 상징인 ‘옐로우 택시’ 등이 전형적인 사례다.
그러난 색채심리학 전문가들은 일정 도시가 특정한 색을 상징색으로 결정하고 넒은 영역의 공간에 이를 입히는 사업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각에서 볼 때 색채 이미지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측면이다.
대학에서 색체 심리학을 강의하는 A교수는 "장성군의 상징인 노란색은 부귀영화와 따뜻함을 뜻하기도 하지만 유럽사회의 경우 질투, 시기, 경고의 뜻도 지닌다"고 밝혔다.
A 교수는 "14세기 유럽에서 사회적으로 기피의 대상이던 유대인의 집에 노란 색을 칠했고, 아우슈비츠에 끌려간 유대인들 또한 노란 별 표식을 달았다"고 사례를 예시하며 "축구경기 때 룰을 위반한 선수에게 옐로우 카드를 내미는 것도 이러한 문화적 유산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건축가 B씨는 "뉴욕의 옐로우 택시처럼 일정 아이템을 컬러 마케팅의 모티브로 사용하는 것은 수용할만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도시는 산업과 문화 등 도시의 기반과 배경이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유기체나 다름이 없다. 이때문에 특정한 주조색으로 도시공간을 만들어 가겠다는 발상은 전근대적이다"고 지적했다.
또 B씨는 "하얀색과 회색 등은 배경으로 존재하는 색깔이어서 환경에 흡습되는 특성이 있지만 노란색, 보라색, 핑크색 등은 자기 주장이 강한 돌출 색"이라고 말하며 "공간의 다양성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이기 때문에 돌출색을 도시공간 조성의 주조색으로 삼는 계획은 무모하고, 결국은 실패할 확률이 많다"고 강조했다.
사회학자들의 지적은 더 통렬하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는 C교수는 "공동체의 가치통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컬러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일정 도시에 특정한 상징색을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게 획일적이며, 극단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단체장들의 기형적인 집착이 빚어낸 일종의 ‘컬러 파시즘’이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C교수는 이어서 "컬러 마케팅이 당장은 주민 공동체의 가치통합에 기여할지 모르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흘러 그 칼러들에 대해 지루한 느낌들이 들기 시작하면 오히려 취향이 각각 다른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유발하고 통합을 해치는 기제로 작동될 여지도 많다"고 주장했다.
옐로우시티 장성 조성사업 관련 군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그런 우려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고,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하며 "사업에 따른 성과도 많이 도출됐으며, 노란색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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